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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퀴진후기
2020.09.12 19:25

치킨 65 만들어봤어요.

조회 수 106 추천 수 0 댓글 1

윤정 님 안녕하세요!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서 정리된 귀중한 레시피를 매번 맨입으로 얻어가는 거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들어 처음으로 후기를 써봅니다.

이 요리를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은 며칠 전부터 꿈틀대기 시작했습니다.

집에서 5분 거리에 BBQ가 있어서 황금올리브 닭다리를 포장으로 사와서 먹었어요.

미리 전화를 하지 않고 매장에 가서 주문을 했는데 치킨을 수령하기까지 1시간 10분이 걸렸어요.

평소에도 기본 40분은 걸리는 매장이라 그러려니 하고 집에 가져와 닭다리를 뜯기 시작했죠.

그런데 너무 맛이 없는 겁니다.

육즙 가득한 맛은 온데간데 없고 메마르고 생기 없는 닭다리가 제 눈 앞에 있었고 화가 나다가 결국 회의감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딴 치킨에 2만 원을 지출하다니... 마트에 들러서 산 맥주까지 합치면 25,000원...

결국 치킨을 내 손으로 만들어 먹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어요.

바로 홈퀴진에 접속해서 여러 레시피를 둘러보다가 "인도식 양념치킨 치킨 65"라는 글자를 보고 바로 저거다, 라고 소리쳤습니다.

윤정 님 레시피를 기반으로 다른 레시피도 몇 개 참고하여 레시피를 정리한 후에 빗속을 뚫고 마트로 달려가 닭다리살과 요거트를 사왔습니다.

좁아터진 원룸에서 튀김을 하겠다는 어리석은 생각이 기어코 실천으로 이어지게 된 거에요.

 

 

 

어떤 레시피를 보니까 튀김옷에 요거트를 넣으면 나중에 계란을 넣을 필요가 없다고 하길래 계란을 빼고 요거트로 대신했어요.

닭다리살 400g, 요거트 4큰술, 다진 생강 0.5큰술, 다진 마늘 0.5큰술,

레드 칠리 파우더 2작은술, 큐민 파우더 1작은술, 코리앤더 파우더 1작은술, 가람 마살라 0.5작은술, 소금 4g, 후추 1작은술

을 넣고 잘 버무린 후에 1시간 동안 뒀습니다.

더 오래 재워두고 싶었는데 이때 시각이 오후 4시 30분이었고, 전 무엇보다 공복이었습니다.

1시간이 지나고, 감자 전분 3큰술을 넣어서 잘 섞은 후에 튀김 준비를 마쳤습니다.

 

 

 

사실 튀김을 하겠다고 결심한 데에는 또 다른 요인이 있는데요.

언제 사놓았는지 잘 기억이 안 나는 올리브 오일이 계속 제 마음을 불편하게 했고 빨리 저 오일을 해치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인도 요리에 무슨 올리브 오일이냐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어떤 유튜브 영상에서 올리브 오일을 고온으로 가열하면 특유의 향이 약해진다고 하더라고요.

또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이 발연점은 그렇게 높지 않지만 발연점이 낮다고 해서 반드시 산화가 쉽게 되는 건 아니고

오히려 올리브 오일은 고온에서 가장 안정적인 기름 중 하나라고 주장하는 논문들이 꽤 있다는 글을 레딧에서 봤어요.

게다가 향신료가 많이 들어가니까 올리브 향이 조금 난다고 하더라도 상관없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아무튼 이런저런 정신 승리를 통해 올리브 오일을 웍에 들이부었습니다. 

 

 

 

한번에 튀기기에는 기름 양이 살짝 부족해서 윤정 님처럼 2번에 나눠 튀겼어요.

위 사진은 첫 번째로 튀긴 닭다리살입니다.

잽싸게 한입 먹어보니 좁아터진 원룸 주방에서 튀김을 할 만한 가치가 있는 맛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올리브 향도 거의 나지 않았어요.

물론 제 감각이 미세한 올리브 향을 포착하지 못할 만큼 투박할 확률도 있습니다... 

 

 

 

기름 온도를 살짝 높인 후에 2번에 걸쳐 튀긴 닭다리살을 모두 넣고 재빠르게 한 번 더 튀겼습니다.

 

 

 

짜잔.

이때까지만 해도 전 정말 행복한 아이였죠...

문제는 이후에 발생했어요.

소스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팬을 사용하는 게 너무 귀찮아서 웍에 있는 기름을 전부 따라내고 다시 기름을 1큰술 부은 후에 일단 큐민 0.5작은술을 넣었습니다.

그런데 팬은 여전히 필요 이상으로 뜨거운 상태였고 큐민 씨드가 살짝 탔어요.

허겁지겁 다진 마늘을 넣었는데 마늘 역시 약간 탔...

원래 제 계획대로라면 건고추 2개를 넣어야 했지만 그럴 여유가 없었어요.

재빨리 그릇에 스리라차 2큰술, 요거트 1큰술을 섞어서 팬에 부었습니다.

불을 1단으로 낮췄지만 팬 온도는 여전히 높았고 기름과 수분이 만나서 작은 폭탄이 되어 여기저기 튀기 시작했어요.

쌍욕을 내지르고 싶었지만 겨우 참고 빨간 점들로 얼룩진 손으로 볶음용 스푼을 부여잡아서 휙휙 저었습니다.

맛을 살짝 봤는데 탄맛, 매운맛, 신맛 등이 합쳐져서 제 미간을 찌뿌리게 했어요.

뭐가 문제지 고민해보니 설탕을 빠뜨렸더군요.

제발 이 소스를 살려달라고 중얼거리며 설탕 1큰술을 넣고 맛을 봤는데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맛이었습니다.

겨우 안도하면서 소스에 튀김을 넣고 버무렸어요.  

 

 

 

이렇게 완성된 치킨 65입니다.

보통 커리 잎을 넣던데 좁디 좁은 원룸에서 제 손길만을 기다리고 있는 식재료들을 보자니

이거 하나 만들자고 또 무언가를 주문하는 건 파렴치한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어 관뒀습니다.

확실히 초록색이 없으니 어딘가 심심하네요.

 

 

 

그래도 맥주의 힘을 빌려 맛있게 먹었습니다.

적어도 치킨집에서 '마살라' 같은 수식어를 붙여가며 파는 치킨보다 맛없지는 않았으니, 이만하면 첫 시도 치고는 성공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지금도 제 몸 어딘가에 남아 있을 빨간색 기름과 싱크대에 쌓여 있는 설거지거리를 마주할 자신이 없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며칠 전에 먹고 화를 유발한 비비큐 황금올리브 닭다리보다는 훨씬 맛있었습니다.

여전히 올리브 오일이 어느 정도 남아서 조만간 한 번 더 해볼 생각인데 그때는 새로운 팬에 소스를 만들려고요.

 

거의 모든 레시피에서 커리 잎을 넣으라고 하길래 아 그냥 양념치킨이나 만들어 먹을까, 싶다가

윤정 님이 소스에 스리라차를 활용하는 모습을 보고 용기를 얻어 치킨 65를 만들게 됐어요.

커리 잎이 빠진 자리를 뭔가 채워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진심으로 윤정 님 레시피가 없었다면 커리 잎을 살 때까지 미루고 미뤘을 요리입니다.

저처럼 윤정 님께 감사한 마음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기억해주세요!

다음에도 여건이 된다면 다른 후기를 또 올려볼게요.

감사합니다.

 

 

 

 

  • 이윤정 2020.09.13 02:40

    안녕하세요 Enomis님.

     

    Enomis님 여정을 따라가며 읽으니 치킨 시켜드시고 맥주 한 잔 하시고 또 만들어 드신 것 마치 옆에서 본 것 같은 느낌입니다^^


    닭튀김에 올리브오일 저는 좋아하는 편이에요. 저도 올리브오일 발연점에 대해서는 무조건 낮고, 튀김 볶음용으로 나쁘다는 데에 동의하고 있지 않는 편이라서요. EVOO가 한종류만 있는 것도 아니고 풍미나 산미부터 산도까지 얼마나 다양한데 말입니다. 비싸서 튀김에 사용 안한다면 납득하겠지만요. 올리브오일에 튀겨서 더 맛있으셨을듯 해요.

     

    소스가 작은 폭탄이 되었다니 아이고ㅠㅠ
    그래도 일종의 해피엔딩이어서 다행입니다.
    튀김 하시느라 고생 많아셨어요.

     

    튀김에 있어서 가장 하이라이트인 부분은 아마도 튀김기름과 사용한 팬, 그리고 주변을 청소하는 일인데 들려주신 이야기에 이 하이라이트부분이 없어서 조금 더 행복하게 들리는지도 모르겠습니다ㅎㅎ

     

    마지막으로 치킨65를 만든 것이 2016년인데 덕분에 오랜만에 다시 만들고 싶어졌어요.

    스리라차소스를 사용한 건 제 나름대로의 어레인지인데 커리잎이 있다면 당연히 더 좋은 향이 날 것 같아요.
    일단 한 번 만들어보면 다음부터는 재료 부리기도 , 조리하기도 편해지는 것 같아요.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 들려주시고 또 맛있는 사진 보여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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