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자신감인지 언젠가는 음식으로 돈벌어 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요리책을 엮어보고 싶기도 한데 무산된 적도 있고, 무엇보다 실력이 최우선이겠지만 자본과, 체력, 근성이 장착된다면 요리클래스나 음식점을 해보고 싶은 욕망도 있다.
그러자면 본인 만의 강점이 필요하기도 하고 뛰어난 감각도 있어야 할텐데 가능하려나.. 그런 막연한 생각으로 여태 홈페이지에 올리지 않았고 적립하고 있는 레시피들이 있다. 언제 누가 볼 지, 아예 안 볼 지도 모르고, 보상은 그냥 이런 걸 만들 수 있음, 그걸 먹은 내 입에 맛있음 뿐이라서 보람이 많이 크지는 않다. 맛보는 인원도 많지 않고 아예 혼자 하는 작업이라 더디기도 하다. 그래도 생각만은 많아서 노트에는 가득 써놓고 아직 노력이 부족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테이스팅해보고 레시피를 만들고 보충하면서 적립 중이다.
그 중에서 몇 가지는 이게 뭐라고 혼자 알려고 하나 혼자 알아봤자 도태만 되고 뭐하나 싶어서 올린 것들도 있는데 그 중에 얼른 생각나는 것이 닭갈비양념, 불고기양념이고 최근에 만든 소스 중에는 떡볶이양념이 그랬다. 단품으로 보면 최근 중에는 생각나는 게 곱창전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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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많고 다 실천이 안되서 자료만 열심히 쌓고 있는 노트도 멀티로 보느라 몇권 동시에 채우고 있는데 글로 쓰면 검색이 안되서 텔레그램을 더 자주 사용하고 있다. (텔레그램은 각 채팅방을 통합해서 검색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띄어쓰기만 되어 있다면 검색하기가 편하다. 각 채팅방에 여러 용도로 '차돌박이'를 사용하기 위해서 써둔 메모가 각 채팅방에 퍼져있다면 차돌 혹은 차돌박이로 검색하면 어지간히 써 둔 것은 다 나온다.)
텔레그램에 혼자 보는 채팅방을 레시피나 아이디어용으로 만들어서 사용하는데 이름도 지맘대로라서 할것, 알림 안오는 할것, 저장한 메세지, 한식, 그외, 메모, 1 뭐 이런 식이다. 사실 홈페이지에도 랜덤페이지 탭 뒤에 관리자로 로그인해야 보이는, 나만 보는 게시판이 두 개 더 있다.
전체적인 계획이나 필사는 손글씨로, 당장 해야할 것이나 각 종류별 재료별로 검색이 필요한 계획은 텔레그램으로, 실제로 만들고 계량해서 글로 옮기고 저장하고 레시피 다듬고 업데이트 하는 일은 비공개 게시판으로 하는 패턴이다.
여튼 이렇게 유난 피우면서도 진행상황이 그렇게 빠른 건 아닌데 여름엔 덥다고 징징거리고 겨울엔 춥다고 징징거리는 와중에 그나마 할 수 있는 한은 테이스팅을 많이 하고 계량을 정확하게 하느라 고생도 꽤 했다.
자화자찬이지만 정말 신경 많이 쓴 비빔양념과 오므라이스소스, 맛된장이나 맛간장, 염도계산을 완벽하게 한 갈비양념, 참소스, 바베큐소스, 야끼소스, 굴소스, XO소스, 그리고 이 양념들의 응용. 게장, 라멘, 분짜 등과 비첸향육포, 개미집 낙곱새, TGI 잭다니엘소스와 같이 특징적인 식당 벤치마킹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식재료를 사용한 음식들..
솔직히 된장, 간장은 고되서 잘 못하겠고 고추장은 가르침을 받았는데 실습을 못해봤다. 김치는 암만해봐도 가장 좋아하는 김치만큼 각이 안나와서 약간 포기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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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 갈비양념은 처음에는 돼지갈비양념을 기준으로 만들었는데 양념을 염지용액으로 바라보고 처음 만들어 본 다음 검증의 또 검증을 거쳤다. 염도조절+농도조절로 양념갈비구이나 LA갈비, 덮밥, 서울식불고기 등등을 응용하는데..
특히 염도계산은 정말 진심으로 한 검산까지 300번정도 해봤다. 하다보면 수식을 생각하지 않아도 손끝에서 바로바로 튀어나온다.
최초에 양념을 빌드하는 과정부터 시작해서 최종 양념장을 재고 나누고 테이스팅하면서 가감하면 그렇게 된다.
예를 들면 양조간장 15%, 최종 양념 3%
간장 400미리면 소금이 60그램.
갈비양념 2000미리에 염도 3%로 만들면 필요한 소금은 60그램.
1회분량으로 소분해서 1회분량당 사용할 주재료의 양을 조절.
이런 식으로 최초에는 염지용액만 생각해서 최대에서 줄여가며 시작하고 막상 만들기 시작할 때는 2~4%로 0.5% 단위로 시작해서 최종단계에서는 2.4~3%까지 0.2%단위로 다양하게 계산하고 간장이 추가되면 늘어나는 총량과 그 와중에 간장의 양과 함께 늘어나는 설탕 비율과 총량을 고려해서 계산한 다음, 같은 부위의 고기를 사용해서 각각 테이스팅 + 입맛에 따라 간장+설탕 추가만 해서 조절할 수 있도록 하고 + 고기도 소고기/돼지고기/부위별로/최종음식에 따라 사용해보기
뚝불이나 불고기 전골용도로 육수를 더해서 희석해서 사용할 때는 염도를 1~1.5%로 조절하고 각각 테이스팅
기존 불고기양념과의 염도비교 → 불고기양념을 사용했던 음식에 이걸 사용하면 어떤 비율로 넣을지 레시피 확인
이쯤되면 나도 정신이 없어진다. 특히 잔뜩 신경쓰다가 좀 놓으면 생각안해도 바로바로 염도계산하던 것도 1달 내에 잊어버리는 매직....
그런데 막상 한 페이지에 전부 정리하고 보면 생각보다 별 거 없어서 허무하기도 하고 시간이 무상하기도 하고, 암만 그래봤자 갈비양념일 뿐이고.
가끔씩은 불타올라서 이런 과정이 재밌고 가끔씩은 의욕상실로 하루에 라면 하나 먹어도 감지덕지이고,
이러다 보면 내가 왜 이러나 싶고 어느 순간 갑자기 다 잊어버리고 싶은 때가 생기는데 그게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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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기 우습긴 하지만 나는 정말 갖고 싶은 게 없는 편이라서
집은 운신할 폭만 마련되면 됐고, 그 집안에 가구도 거의 없고, 보관할 물건도 많지 않고, 벽에 걸려있는 것도 없고, 입고 바르는 것은 계절에 맞게 입고 있는 것에 아프지 않게 바르는 것 하나면 됐고, 그릇은 음식사진에도 보이듯이 엄마께 물려받은 게 전부이고, 그나마 식재료 욕심은 있는 편인데 그래도 냉장고는 하나만 사용하고 있다.
가지고 있는 것을 미련없이 버리는 것도 굉장히 잘하는 편이고, 휴대폰 게임을 가끔 할 때가 있는데 꽤 오래도록 신경쓰던 것도 이제 그만둬야지 싶으면 마음먹고 바로 지우니까 냉정하다는 말도 듣는 편이다. 정말 소중하게 여기는 이와의 추억(사진)만 백업한다면 컴퓨터 포맷도 쉽게 하는 편.
어쨌든 그래서 오늘따라 다 때려치고 싶다가도 아니면 그런 레시피를 올려서 관심은 받고 싶고, 그렇다고 누구나 쉽게 생각해서 가치가 없어보이는 상황이 되도록 마냥 오픈하고 싶지는 않고 (올린다고 과연 누가 그러겠냐만 망상은 가능?),
그런데 아무리 내가 좋다 맛있다 하더라도 검증하는 표본이 적으니까 정말 맛있는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 먹어본 주위 사람도 직접 돈주고 식당에서 사먹은 게 아니고 아는 사람(나) 음식이라서 후하게 말했겠지? 이런 생각과, 근데 내 입맛이 해봤자 뭐라고 하다가도 그래도 내 입맛에 맞는 게 어디야? 적어도 내 입맛에는 진짜 맛있는데? 하면서 그럼 몇시간 올리고 비공개로 돌리는 그런 것도 나도 해보고 싶은 얄팍한 마음까지 복합적이다. 그런다고 관심받고 싶은 욕망이 다 차겠나? 막상 시간제한으로 올렸다 지웠는데 올려봤자 아무도 관심없으면 관종실패?
이정도 썼으면 여태 쓴 건 비밀게시판에 올리고 그냥 자야하는데 뻔뻔하니까 올려야겠다. 망할놈의 새벽감성 술주정..
관종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서 이렇게 써봤자 내일 되면 부끄러워서 냉큼 수정하겠지.
갑자기 잡담이 길어졌는데 제목은 레시피들인데 이야기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지? 실제 내용을 고려하면 제목을 어쩌라고 로 바꿔야할거 같다.
그래도 잠드려고 누우니까 마음이 급 넓어진다. 사람이 가끔 헛소리도 하고 그런거지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