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나왔습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5485444
안녕하세요.
작년 초에 출간계약을 했다고 https://homecuisine.co.kr/hc10/95421 의 글에서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생각보다 늦게 책을 출간했습니다. 제목은 「한 번 알아두면 평생 써먹는 집밥 수업」입니다. 평생이라니ㅎㅎ 책 제목에 이런 막중한 단어를 막 써도 괜찮은걸까요ㅎㅎ
평소에 글을 올릴 때도, 책을 만들기로 마음 먹고 혼자 작업할 때도, 편집자님과 작업할 때도 늘 생각하고 말하는 것입니다만 요즘 세상에는 널리고 널린 것이 요리 레시피라 굳이 이 홈페이지에 들어오지 않아도, 책으로 보지 않아도 얼마든지 더 맛있고 효율적인 밥상을 차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늘 봐주시는 분들께 정말 감사해요. 최선을 다했을 때도 이게 진짜 최선인지 한 번 더 생각하고 더 잘할 수 없을까 생각하곤 합니다.
음식을 만든다는 것은 먹고 싶은 음식이나 가족이 좋아하는 음식을 떠올리며, 만들고자 하는 음식의 레시피를 찾으며, 식재료를 사러 다닐 때는 식재료 상태나 가격, 제철, 조합 등을 고려해서 마트나 시장, 인터넷을 통해 좋아하거나 필요한 식재료를 사며, 집에 가지고 와서는 식재료를 정리하며, 필요한 때에 식재료를 손질하며, 또 일부는 냉동 등 장기간 보관하기도 하고, 다시 레시피를 확인하고, 식시시간에 맞게 조리를 시작할 시간을 고려하고, 각종 재료와 양념을 꺼내오고 분량을 체크하고, 맛과 질감이 최적의 상태가 되도록 공들여 조리하며, 소중한 나와 내식구의 입으로 먹고 마시는 가장 중요한 시간을 거친 다음, 같이 먹은 음식에 대한 담소를 나누고, 각종 재료의 사용가능한 기한 등을 고려하고, 남는 재료는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것 전부를 포함한다고 생각해요.
음식하는 시간과 돈과 정성을 들였을 때 실패나 실수 혹은 낭비없이 성공적인 과정을 거쳐 맛있고 만족스러운 식사를 한다는 건 어떨 때는 아주 쉬우면서도 때로는 아주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그러다보면 음식을 할 때 때로는 레시피를 참고할 필요가 있을 때가 생기고, 하나 혹은 다수의 레시피를 참고하게 되는데, 그 때가 제게는 찬스입니다.
누구나 볼 수 있는 인터넷에 10년 가까이 글을 하루 걸러 한번씩 올리며 잡담도 실컷 하며 쉽게 생각할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주로 가능한 한 많이 공들여 올리는 편이고 때로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저 혼자 아주 비장할 때도 있어왔습니다. 소중한 시간과 정성과 돈을 들여 음식을 만드시는 어느 분이 검색하시다가 저와 마추치시고는 말많고 그럴싸해보여 참고한 제 레시피가 입맛에 맞지 않는다면 사기당한 느낌이 들지는 않을까? 사기당한 게 나라면 기분이 어떨까. 너무너무 아깝고 속상할텐데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건가?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서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음식을 한다는 건 복합적인 일인데 그 와중에 제가 올린 글을 참고하셨다면 좋은 일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당연히 듭니다. 혼자만 볼 수 있는 게시판을 만들어 기록용으로 올리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볼 수 있는 인터넷에 굳이 홈페이지까지 만들어 레시피 글을 올리며 누군가 봐주길 바라는 것은 누군가는 저를 참고해 재화를 써주셨으면 하는 것과 같아서 가벼운 일이 아닌데 이번에는 요리책을 사는 돈을 들이시라고 이렇게 책까지 만들었으니 마음이 편하지가 않습니다. 저 나름대로는 여태 올린 레시피 중에 골라오고 몇 번씩 과정을 더 확인하며 책에 담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태 홈페이지에 다 올렸던 레시피인데 돈쓰지 않고도 볼 수 있는 레시피를 두고 굳이 책을 사서 보시라고 할 수 있을까? 책에 올린 레시피를 책에서만 볼 수 있도록 하려고 홈페이지에서 삭제할 것도 아닌데 그 이유로 책의 판매량이 저조하다면.. 책에 넣더라도 홈페이지에서 레시피글을 삭제하지 않아도 좋다고 쿨하게 생각 맞춰주신 편집자님과 이런 저를 믿고 출간작업을 같이 한 출판사에는 손해가 아닐까? 책이 팔려도 걱정, 안팔려도 걱정. 온통 걱정입니다.
공들여 만들 때에는 다 끝내고 책이 출간되고 나면 마냥 신나고 즐거울 줄 알았는데 막상 닥쳐오니 걱정만 가득한 것도 습관인듯하고 걱정만 더 늘어놓게 될까봐 이만 줄입니다.
여태 올렸던 모든 음식은 하나도 빼놓지 않고 저희집 밥상이었습니다. 여태 봐주신 분께 십 년을 같은 밥상에서 밥을 나눠 먹는 식구와 같은 마음을 늘 가지고 있어요. 앞으로도 같은 밥상에 계셔주실거죠? 사...사... 좋...아..... 좋은 하루 보내세요ㅎㅎ 언제나 감사하고 또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