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주의
★★★★★★가 나오면 거기부터 본론입니다.
1년 중에 제철 채소를 가장 기다리는 시기는 3월말인데 이유는 조생종 햇양파가 나오기때문이다. 만생종 저장양파는 6월부터 출하된다.
우리집은 단골 가게에서 햇양파 때 20키로, 만생종 양파 때 40키로 구매해서 베란다에 두고 1년내도록 사용하고 있고 물론 늘 모자라다.
양파를 오래 보관하려면 곰팡이가 피지 않고 싹이 나지 않도록 최대한 바람이 잘 들고 햇빛이 안드는 곳에 양파끼리 서로 눌리지 않도록 잘 보관해야 한다.
그러면 여름내내 그리고 가을까지도 맛있게 잘 먹을 수 있다.
그렇게 여름 가을 초겨울까지 저장양파를 사용하다보면 보관상태나 계절 따라 중간중간 싹이 나기도 한다. 다음 햇양파가 나오려면 4월이 돌아와야 한다.
그런 와중에 양파가 너무 좋으니까 막막 다 쓰고 싶어서 양파를 볶아두는 경우도 있고 싹이 나기 시작해서 전부 사용해야할 경우도 있다. 당장 양파가 필요해서 시장에 들렀다가 20키로 샀는데 집에 와서 보니 마음에 안들어서 빨리 써버리고 다시 사고 싶어서 양파를 볶아두는 경우도 있다. (이번이 이 경우 ㅠㅠ)
단골집이 문을 닫아서 처음 가는 양파가게에서 양파를 사려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대뜸 뭐사러 왔노 하셔서 '양파 살까 싶어서요' - '뭐 얼마난거?' 라는 말을 듣고 아주 잠깐동안 이 아주머니한테 어떻게 말하는 게 가장 좋을까 고민하다가 생전 처음 써보는 단어가 입에서 튀어나왔다. '당연히 다마 큰 걸로 사야죠' ㅋㅋㅋㅋㅋㅋㅋㅋ 옆에서 남편은 풉 하고 터져서 웃음 참느라 어디로 가버림ㅋㅋㅋㅋㅋㅋㅋㅋ
갑자기 아주머니가 아 글나 하고 급 친절해져서 아 내가 정답을 맞췄구나 했는데 좀 더해볼까 싶어서 제일 큰걸로 가리키면서 반망은 안되겠고 마이 사야되는데 싹 안났죠? 하니까 우리집은 그런 거 없다 싹 하나도 안났고 제일 좋다 하셔서 네 그럼 주세요 하고 사왔다. (20키로 사옴..)
그리고 집에 와서 망에서 다 꺼내서 정리하고 양파를 까보니까 진짜 '다마'도 크고 싹도 안났고 아삭아삭하니 맛있긴 한데 별로 안단단하자나여ㅠㅠ 나는 단단한 게 좋은데 맘에 안듦ㅠㅠ
그러면 또 하고 이걸 빨리 다 쓰고 단단한 걸 사자! 는 마음이 들고.. 그러면 어떻게 할까 하다가 얘네 전부 까서 볶아서 카라멜라이즈해서 냉동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쓰면 되는거야. 그러면 다시 살 수 있지ㅋㅋ 이런 악마의 목소리가 들림...
그래서 한 망 전부 다 까려다가 너무 많아서 포기하고 반 정도 깠더니 진짜 큰 양파가 30개정도 됐다.
이제 얘네를 다 채썰고 볶아서 냉동하면 되는거임ㅋㅋ
아 정신 차리고..
양파는 아주 큰 것으로 30개를 수차례에 나눠서 볶았고 카라멜화한 다음 6으로 나눠서 5개 양파가 들어간 포션으로 나눠서 냉동하고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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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파를 채썰고 버터와 함께 오래 볶아서 만드는 카라멜라이즈드양파.
양파를 카라멜화하려면 시간, 온도, 산도의 변화가 필요하다.
양파를 빨리 카라멜화 하려면 산도에 변화를 주거나 미리 전자레인지에 익히는 방법이 있다.
(양파는 중성보다는 약한 산성이나(발사믹식초나 구연산), 약한 알칼리성(베이킹소다)의 상태에서 카라멜화가 빨리 일어난다.)
하지만 가장 평범한 방법은 계속계속 중약불에 볶아주는 것인데 당연히 가장 힘들다.
1. 그냥 썰어서 무조건 시간 들여서 볶기 - 힘들지만 정석
2. 썰어서 랩으로 덮거나 전자렌지용 찜용기에 넣고 전자렌지에 1분 1분 1분 돌리고 볶기 - 좋음
3. 산도를 알칼리나 산성으로 조절해서 볶기 - 어차피 식초를 조금 넣을 음식이나 베이킹소다를 조금 넣을 음식에 사용하기는 최적
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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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를 30개는 당연히 한번에 카라멜화할 수는 없고, 카라멜화 하려면 중간중간 수분이 증발된 공간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팬에 적당히 넣고 여러번 볶았다.
팬에 채 썬 양파와 버터를 넣고 센불에서 시작해서 불을 줄이고 중불~중약불을 오가면서 타지않고 진한 갈색이 되도록 오래오래 볶기만 하면 끝이다.
볶은 양파는 전부 모아서 식히고 무게를 재고 6으로 나눠서 5개 분량씩 포장해서 냉동실에 넣었다.
1. 양파 30개를 채썰고 볶으면 눈이 아픈 게 문제가 아니고 집안 공기가 양파됨
2. 우리집 후라이팬에는 양파 5개 이상이 들어가지 않음
3. 다음부터 양파는 사던데서 사고 이런 일은 안만들어야지.. 그런데 사용할 땐 편함
(냉동실에서 꺼낸 것)
하나씩 꺼내서 카레에 사용하니까 맛있고 편하고 좋다.
누가 해 준 것 같고.. 라고 말하려다보니 갑자기 눈가가 촉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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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카라멜라이즈 양파 카레
(소고기는 푹 익히는 동안 물이 많이 필요해서 2리터 사용)
헐!!! 분명 댓글 달았다고 믿었는데 안달았다니!! ㅠ
정말 윤정님의 인내심과 끈기를 쌍엄지척!! 입니다
인내가 한바가지 들어가는 양파 캬라멜라이즈를 이렇게 많이 만드시다니!!!
시간과 노력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냉동실에 보관할때도 애지중지하게 소중소중하게 보관하시겠어요 ㅎㅎㅎㅎㅎ
진짜 양파캬라멜라이즈 안해본분들은 이해못할 귀중한 양파캬라멜라이즈...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