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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굴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어릴 때부터 가족 모임으로 자주 가던 굴집(굴전문음식점)이 있었다. 좋아하지 않은 식재료지만 자주 먹으며 크다보니 어떻게 하면 내 입맛에 맞는지도 알게 되고 그러다보니 맛있게 조리된 굴은 잘 먹는 정도가 되었다. 생굴은 아직 못먹는다;
굴이 주재료가 되는 음식을 일부러 찾아서 먹는 편은 아니지만 엄마께서 겨울마다 소굴을 사서 챙겨주시면 그래도 감사히 받아서 잘 먹는다. 올해도 어김없이 굴을 받아왔고 그래서 이번에는 뭘할까 하다가 굴수제비를 만들었다.


굴은 해산물이니까 당연히 멸치황태육수를 내야지 하다가 생각해보니 굴짬뽕에는 베이스가 치킨파우더인데 당연히 닭육수진국도 잘 어울리겠다 싶어서 며칠 전 닭수제비에도 넣었던 청우닭육수진국을 사용했다. 이전에는 늘 육수를 사용했었으니까 당연히 멸치황태육수로 대체해도 괜찮고 이때는 국간장을 조금 더 넣는다.


황태육수+소고기 넣은 소고기뭇국의 조합이 잘 어울리듯이 닭육수+해산물의 조합도 아주 잘 어울린다.
닭육수 조미료를 넣었는데도 닭육수 맛이 해산물의 맛에 가려져서 닭육수베이스의 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전에 올린 쌈무나 파절임에 피시소스가 들어간 줄 아무도 모르는 것처럼 또 여기도 베이스가 닭육수인 걸 아무도 모르는 걸 보니 맛이라는 건 입으로만 가려내는 것이 아니라 생각으로 가려내는 면도 많은 것 같다.


사용한 재료는
물 약 1.1~1.2리터 (불 세기 따라 조절)
닭육수진국 30그램
다진마늘 1.5스푼 (25그램)
후추 약간
간보고 부족하면 국간장 0.5티스푼
감자 1개
애호박 3분의1개
수제비 2인분
굴 200그램
청양고추 2개
대파 반대

취향에 따라
계란 1개, 부추 반줌, 김가루 약간, 깨 약간


과정은 간단하다.
물에 조미료를 넣고 풀어서 끓이다가 감자 애호박 수제비 굴을 넣고 청양고추 대파를 넣고 끓이면 끝이다.
(+취향에 따라 계란 부추 불끄고 김가루 깨)


3일전에 미리 반죽해 둔 수제비 반죽은 여기 - https://homecuisine.co.kr/hc10/86853
굴은 소금을 뿌려서 빨듯이 문지르고 여러번 씻어서 진득한 느낌을 없애고 한 번 더 씻었다.

감자는 나박하게 썰고 애호박은 돌려깎아서 채썰었다. 대파도 송송 썰고 고추도 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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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닭육수진국을 희석하고 팔팔 끓으면 감자, 해호박, 다진마늘, 후추를 넣고 육수가 다시 끓어오르면 이어서 수제비를 떼어 넣었다.
다시 끓어오를 때까지 수제비반죽은 얄팍하게 썰고 달라붙지 않게 대충 널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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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비를 떼어 넣는 동안에도 중간중간 저어서 위치 바꿔서 서로 달라붙지 않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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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어서 굴을 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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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어서 미리 준비한 대파와 청양고추를 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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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분정도 굴과 수제비가 익도록 저어가면서 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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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비는 가장 두꺼운 걸 골라서 반으로 잘라봐서 가운데에 심처럼 흰 부분이 있으면 덜 익은 것이고 그런 것 없이 전부 반투명하면 잘 익은 것이다.
굴도 하나 먹어봐서 잘 익었는지, 감자도 설익거나 너무 익어서 부서지지 않는지, 수제비는 잘 익었는지, 수제비에 비해 육수 양이 적어서 국물의 농도가 너무 진하지는 않은지, 간은 맞는지 한두번 먹어보면서 상태를 파악했다. 

간을 봐서 부족하면 국간장이나 소금으로 입맛에 맞게 맞추면 적당하다.


굴을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도 그릇에 뽀얗게 굴수제비가 가득 있으면 계절감도 느껴지고 기분도 조금 풀리는 느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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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호박과 감자, 굴을 한 숟가락에 떠서 통통하게 잘 익은 굴을 함께 먹는 맛도 괜찮은 편이다.
굴도 좋지만 굴보다는 닭육수와 굴 맛이 어우러진 국물이 더 맛있다.
탁 트인 느낌의 시원한 국물에 감칠맛이 있으면서도 칼칼한 맛이 슬쩍 어우러지는데 여기에 쫀닥쫀닥한 수제비가 잘 어울린다. 





  • 땅못 2019.12.21 23:11

    굴이 들어가서 정말 뽀얀 것 같아요! 저도 사실 생굴을 안 먹고... 익힌 굴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답니다. 굴 들어오면 그냥 굴튀김, 굴전행...그게 젤 나아요(뭘 튀겨도 맛있고 뭘 지져도 맛있으니까요) 이렇게 국물로는 굴짬뽕이 제일 나은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닭육수를 사용한 굴 수제비라니 넘 청순하고 시원해 보여서 끌렸지 뭐예요! 통통한 굴이 제법 맛있어 보입니다>0<청양고추는 신의 한 수인듯 해요. 수제비 또 좀 뜰까 싶어요. 써는 수제비는 혁명... 요새 쉽고 시간이 많이 안 드는 겨울 특화 메뉴들이 제법 올라와서 너무 기뻐요. 레시피의 간도 늘 입에 맞지만 메뉴 자체도 홈퀴진의 요리는 실제로 따라해보게 되는 게 많아서 윤정님의 홈퀴진에 대한 철학이 괜히 전해져오곤 합니다. 진짜 예쁘고 진짜 가치있는 이곳의 수많은 요리들이 정말 감사해요. 주말은 휘리릭 불앞에 조금 서고 많이 쉬시길 바라요!

  • 이윤정 2019.12.23 03:49

    저는 굴은 전혀 먹지 않다가 굴파전이 맛있어서 굴에 조금 다가가고 굴튀김, 굴전, 굴국밥 이런 순서로 꽤 먹을만 하다, 또 어떤 때는 맛있기도 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아직 생굴은 못먹지만요ㅎㅎ 굴수제비도 사실 굴보다는 굴국물이 더 맛있었는데 그래도 굴 챙겨주신 엄마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먹었어요^^
    겨울은 여름에 비해서 늘 이것저것 해보고자 하는 의욕이 많은데 올해 겨울은 덜 추워서 음식하려고 마음먹기가 더 수월한 것 같아요. 제 입맛과 비슷한 입맛이시라 그런지 늘 과하게 좋게 이야기 해주시니까 늘 감사합니다^^ 벌써 월요일인데 또 수요일이 휴일이니 좋네요ㅎㅎ 땅못님도 평소보다는 조금 더 즐거운 월요일 되시길 바랍니다^^

  • 다밍 2019.12.22 23:03
    생굴 저도 아직은 잘 못먹어요.
    근데 굴전이나 국에들어간건 너무 좋아요!
    따끈한 국물과 탄수화물은 언제나 옳아요.
    저는 여기 윤정님 짬뽕레시피에 수제비넣고 구운 차돌박이토핑해서 밥도 말아먹고 굴러다녔어요ㅋㅋ! 요즘 굴이 싸니까
    이것도 해봐야겠어요.
  • 이윤정 2019.12.23 03:55
    저도 잘 못먹는 것이, 생굴 먹어보라는 권유가 많아서 먹어본 적은 꽤 많은데도 계속 안먹겠다는 생각이 안드는 것 보면 못먹는거 맞죠ㅎㅎ
    사실 전이나 국에 들어간 것도 다른 해산물에 비해 특별히 좋아하는 건 아닌데 그래도 계절감이 느껴지는 재료이기도 하고 엄마께서 늘 챙겨주시기도 해서 최대한 맛있게 먹어보려고 노력합니다.
    짬뽕에 수제비에 차돌박이라니 배우신분.. 가방끈이 기셔서 오가다 밟으실 수 있으니 조심하셔요ㅎㅎㅎ
  • 레드지아 2019.12.23 10:28

    겨울에는 굴이 제격이죠

    저역시 굴을 별로 안좋아했는데 결혼하고 나서 익힌 굴은 좀 먹거든요 ^^

    예전 중학교때쯤 친정엄마가 굴국을 끓인적이 있었는데 굉장히 생소했었어요.(그때 굴국을 처음 봤거든요. 근데 시원하고 맛있더라구요. ^^

    쫄깃하고 쫀득한 수제비에 시원한 굴까지 넣으셨으니 이것역시 안맛있을수가 없네요

     

    수제비를 이용한 요리 많이 보여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어떤 수제비부터 끓여야 하나 즐거운 고민이 생겼답니다 ^^

  • 이윤정 2019.12.24 04:14
    제게도 그렇고 레드지아님께도 그렇고 굴이라는 게 나이가 좀 들어야 먹을 만 한 그런 애들이긴 한 것 같아요.
    레드지아님 중학생 시절에 어머님께서 끓여주신 굴국이라니 생각만 해도 훈훈하고 기분이 좋아져요^^

    전에 클릭 실수로 원하지 않은 밀가루를 5개 구매한 적이 있는데 유통기한의 압박이 느껴지는 바람에... 자꾸 수제비라도 해먹고 있어요.
    자꾸 반복되는 와중에도 이렇게 즐거이 반겨주시니 늘 큰 동력이 됩니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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