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이라는 것 한 장의 종이나 한 수의 인공지능 바둑.
인가?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포목점에서 면포를 사고 통영 오일장에서 굴을 사서 집에 돌아와 굴을 까고 아궁이를 떼서 굴소스를 만들고 면포에 거르고 물을 길어와서 방망이로 두드려서 면포를 빨아본 사람은 없겠지만.
면포를 사용하고 세탁해보았다면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면포.....부들부들...
사용하고 난 면포를 털고 손빨래하고 삶고 건조하고 다시 사용할 만한지 확인하는 것은 정말 번거롭다.
치즈나 두부, 채소의 물기를 제거하기 위해 사용하면 면포를 관리하기가 그나마 괜찮은데 비스크나 굴소스 등 해산물을 사용할 때는 세탁하기가 아주 하드코어하게 힘들다.
면포가 꼭 필요한 경우는 거름+압력인데 대체제도 거의 없다. (특히 익혀서 거르는 소스의 경우에는 착즙기도 사용할 수 없어서 물리적으로 걸러야 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일회용 롤형 면포를 찾아서 사용하고 있다.
휴대폰으로 찾아본 수입산 일회용 면포를 카드결제하고 택배로 배송받고, 또 휴대폰으로 깐굴을 주문하고 그 외에 주문한 재료로 가스렌지를 사용해 조리하고 거르고 굴소스를 만들고 냉장보관하는 그 과정은 그야말로 문명의 단면이다.
흠.. 문명은 이 일회용 면포에 집약되어 있다고 떠들고 다녀도 될까?
레비 스트로스의 할아버지라도 전복내장 갈아서 거르고 게껍질 갈아서 걸러 비스크 만들고 굴소스도 걸러서 만든 다음 그 면포를 손세탁해보면 인정할 수 밖에 없을 거다.
------------------------------------------------
일회용품을 사용하고 있긴 하지만 일회용품을 추천하기란 가책이 느껴질 수 밖에 없는 일인데..
면포 외에 다른 일회용품을 줄이고 면포는 일회용을 사용하는 것이 가사노동에 있어서는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면포를 세탁하면서 드는 자원도 있고, 면포는 플라스틱이 아닌 직물이라서 다른 일회용보다는 낫다고 정신승리하고 있다.
(면포를 자주 사용하면 정신승리를 떠나서 비용적으로 비효율적일 수 있다.)
어쨌든....
위 그림의 일회용 면포는 네이버에서 '잘라쓰는 면포'로 검색하면 나온다.
30센치미터 10미터에 배송비 불포함으로 1.2만원정도이다.
일본제품이라서 일본에서 직구하는 방안도 찾아보았는데 배송비나 배송기간을 고려해보니 굳이 직구할 필요는 없었다.
30*40센치미터를 1회에 쓴다고 가정할 때 1회 약 500원이다.
종이곽 + 속비닐 + 본품으로 되어있다.
(종이곽을 뜯으면 바로 면포가 나오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
전에 쓰던 면포에 비해 직물이 가늘고 조직이 성글어서 곱게 짜내는 효과를 극대화할 수는 없지만 세탁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아주 100점짜리이다.
식혜를 만들며 엿기름을 짤 때도, 사과즙이나 배즙이 필요할 때도, 갈비양념이나 오므라이스소스를 만들 때도, 나박김치 국물을 낼 때도 편하게 잘 쓰인다.
치즈 만들어보자고 레넷을 사서는 많이 쓰지도 않고 거르기가 번거로워서 두세번 하고 포기했는데 심기일전해봐야겠.....아 귀찮자나.....
ㅅㄱㅇㅈ.... ㄱㅊ....
으 저도 면포 쓰려면 넘모 귀찮아요 ㅜㅜ 부들부들... 정말 딱이네요 ㅋㅋㅋ 진짜 귀찮아서 한번은 휴롬에다 소스를 내리면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해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