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산물 카페에서 바지락을 5키로 사서 해감하고 있는데 양이 꽤 많아서 또 사서 고생이다.. 싶다.
물에 소금이 더 녹지 않는 것 같은 정도로 소금을 넣고 녹인 다음 씻은 바지락을 소금물에 넣고 바지락 껍질이 열리는 걸 확인한 다음 뚜껑을 덮었다.
몇 시간 나갔다 왔더니 바지락이 물을 쭉쭉 뿜고 있다.
살짝 뚜껑을 들어보면 입을 쏙 집어 넣는데 왠지 편안하게 쉬고 있는데 방해한 것 같고 미안하다.
하지만 진짜 미안한 일은 곧 일어나겠지...
오늘은 남포동 미성상회에서 유부, 야끼소바, 오코노미소스, 와사비를 사고
탑마트에서 버터, 토마토, 가지, 양송이버섯, 쪽파, 대파, 마늘, 해파리, 찰밀가루를 사왔다.
그저께는 이트레이더스에서 일단 생명수인 맥주를 산 다음 샐러리, 돼지고기 안심, 다짐육, 찹쌀가루를 샀는데
아무리 봐도 매치가 이상하다. 다짐육으로는 일단 어제 난자완스를 했고 내일은 닭야채볶음밥이나 먹어야지. 대파 듬뿍 넣어서.
블로그를 하면서 별 건 아니지만 작은 원칙이 몇 개 있는데
미리 꼭 만들어 놓아야 하는 소스, 예를 들면 나만의 만능양념장, 맛간장 등을 만들어 두지 않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평소 육수를 자주 미리 만들지만 육수야 두루두루 필요해서 필요하면 언제건 만들어야 하니까 위 경우에 해당이 되지 않지만
소위 만능이라는 소스는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한 것이다.
미리 만들어 두는 양념장은 이를 권하는 사람에 대한 신뢰가 크다는 전제하에 당연히 어디든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굉장히 크다.
하지만 만드는 입장에서는 미리 만들어두어야 해서 바로 이번 끼니가 걱정일 때 참고하기 힘들다는 점과
다 같은 양념장을 사용함으로 비슷한 맛이 나서 각 음식의 특성을 살리지 못한다거나, 오랜만에 음식을 만들 때 이 양념장을 소비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기는 단점이 있어서 였다.
물론 어떤 방법으로든 맛있게 만들기만 하면 될텐데 괜히 쓸데없이 이런 생각을 한 건 아닌가하고 이건 약간 후회가 되기도 한다.
다른 원칙은 최대한 그 음식의 이름, 재료, 조리방식, 먹는 방식을 정확하게 따르자는 것.
예를 들면 우리가 먹는 갈비찜을 외국에서 재현할 때
이름은 브레이즈 코리안 립에 한국 간장 대신 블랙소이소스를 사용하고 배나 양파는 전혀 갈아 넣지 않거나 밥 말고 빵에 곁들이거나
갈비찜에 감자, 양송이버섯 등을 넣을 수도 있지만 원래는 밤, 은행이 들어간다는 사실 조차 모르는 사람이 되지 말자는 건데
원래 이름은 갈비찜이고 한국간장, 배, 양파, 마늘, 설탕이 들어가고 부재료로 밤, 은행이 들어가지만 표고버섯으로 대체할 수도 있으며
밥과 함께 약간의 반찬을 곁들여 먹는 사실은 알고 만드려는 식의 노력을 나름 최대한 한다는 이야기다.
이같은 전체 내용은 음식나 그 레시파 뿐만 아니라 음식문화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타국에서 책만으로는 알아내기 쉽지가 않다.
모든 음식을 이름, 재료, 조리방식, 먹는 방식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최대한 알고 먹으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잘 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대충 더 있긴 한데 재미없는 이야기가 너무 길어지니까 다음에....
여기까지 쓰고 바지락을 대량학살하고 왔다. 학살자를 알아보고 물을 쭉쭉 뿜어서 옷이 꽤 젖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