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6/09
비프 부르기뇽, 뵈프 부르기뇽
기념일에 크게 뭘 하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기념일이라 뭐먹고 싶냐 했더니 비프부르기뇽이란다.
기념일이니 기념일 기념으로 한우갈비나 질러볼까 하면서 부르고뉴 와인에 나머지 재료까지 식재료비 신경쓰지 않고 팍팍 질러줬다.
비프 부르기뇽은 부르고뉴의 소고기스튜니까 브루고뉴 와인을 넣는 것이 전통적이라 마셔도 모자랄 와인을 음식에 넣었다ㅠㅠ
내용은 예전 포스팅을 거의 복사..
사용한 재료는
한우갈비 1키로그램, 올리브오일, 양파 큰 것 1개, 당근 반개, 밀가루 1.5스푼
레드와인 1병, 토마토페이스트 1스푼, 부케가르니(샐러리, 타임, 파슬리, 월계수잎), 베이컨 2줄, 물 1컵, 가루로 된 비프스톡 1티스푼
가니쉬로 양송이버섯6개, 느타리버섯 1팩, 베이컨 100그램, 샬롯 4개, 올리브오일, 와인약간
고기를 액체 속에서 장시간 조리하는 과정에서(스튜잉 혹은 브레이징)
질긴 결합조직인 콜라겐이 젤라틴으로 서서히 변해서 부드러워지고 국물에 농도도 더하기 때문에 보통 스튜에 쓰는 소고기 부위는 양지나 사태, 갈비를 들 수 있는데
한우갈비가 잘 어울릴 것 같아서 한우갈비를 질렀다!
결론적으로 갈비가 맛있기는 했지만 질좋은 한우암소갈비에 차르르 박혀있는 지방이 다 녹아나와서 스튜에 기름이 뜬 것이 단점이었다.
지방이 덜 박혀 있고 저렴한 호주산 갈비로 하는 것에 비해 서너배 비싼 정도의 가치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월등히 맛있다고 할 수는 없었다.
비싼 갈비를 샀는데 돈값;;을 다 못한듯. 지방이 적으면서 질겨서 오래 익혔을 때 빛을 발하는 다른 부위의 소고기를 쓰는 것이 가격 대 성능비가 가장 좋을 것 같다.
고기는 뼈쪽의 막을 제거하고 떼낼 만 한 지방도 떼어내고 겉의 뼛가루 등을 깨끗하게 씻었다.
브레이징을 할 때에는 고기를 큰 덩어리로 자르는 것이 좋다. 덩어리째로 천천히 익히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고
만약에 고기를 자른다면, 표면적이 넓어질수록 육즙을 유실할 공간을 많이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적어도 한 면의 길이가 2.5센치는 넘는 큰 조각으로 잘라야 한다.
갈비찜용이라 고기가 큼직해서 그대로 6면을 골고루 구웠다.
고기는 뜨겁게 달군 팬에 겉면을 갈변시키면 고기가 살균됨과 동시에 마이야르 반응으로 인한 풍미를 끌어올릴 수 있다.
양파와 당근은 최대한 작게 깍둑썰기(파인 브뤼누아즈) 했다.
팬에 양파, 당근, 마늘을 넣고 노릇노릇하게 볶다가 밀가루를 1.5스푼 넣은 다음 다시 볶아서 밀가루가 색을 띠지 않을 정도로만 익혔다.
여기에서 밀가루가 약간 갈색으로 변하면 밀가루를 더 넣어야 되는데, 밀가루는 갈변될수록 소스에 점성을 적게 내기 때문에 많이 익힐 수록 양을 늘여야 한다.
음식에 와인 등 술을 넣으면 5분 정도 조리할 때에는 10%정도 그 이상은 시간에 따리 비례하는데 1시간 이상 조리할 경우에만 알콜이 95%이상 증발된다.
각 시간별로 알콜이 날아가는 표를 어디서 봤는데 상세한 내용이 기억이 안난다..
어쨌든 술을 넣고 가열한다고 모든 경우에 다 알콜이 증발하지는 않고 시간에 비례하는데
그래프로 따지면 (숫자는 상관없고)
<출처: 네이버캐스트>
이런 모양이 된다.
알콜을 섭취하면 안된다는 이야기도, 1시간 이상 끓여야 한다는 이야기도 하니고 그냥 현상이 그렇다는 이야기..
어쨌든 여기에 와인 1병(가니쉬에 쓸 분량인 1스푼정도 남겨두고) 붓고
샐러리, 파슬리, 타임, 월계수잎, 토마토페이스트 1스푼 듬뿍 ,풍미를 위해 베이컨을 2장 넣은 다음 와인이 3분의1 정도 졸아들 때까지 끓였다.
(보통은 샐러리, 파슬리, 타임, 월계수잎 등을 요리용 실로 묶어서 부케가르니를 만드는데 실이 안보여서 그냥 넣었다.)
고기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서는 스튜의 온도를 80도이상 끓어오르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반면에 와인을 한 번 끓여내서 넣는 것이 좋아서 고기에 바로 와인을 붓지 않고 따로 끓여서 부었다.
두꺼운 냄비에 고기와 팬에 있던 와인,채소를 넣고, 물을 1컵 부은 다음 비프스톡을 1티스푼 넣고 오븐에 넣었다.
비프스톡보다는 소고기 육수를 넣으면 좋지만 프랑스식 소고기육수는 과정이 복잡하니까 아이허브에서 산 크노르 Beef Flavor Bouillon을 사용했다.
오븐은 미리예열하지 않고 냄비를 넣어서 조리하는데 오븐의 온도는 120도를 맞춰서 스튜가 끓지 않는 정도인 스튜의 온도 80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고기에 따라 약 3~4시간 정도 조리하는데 고기를 찔러보아 젓가락이 푹 들어가면 다 익은 것이다.
나는 그래도 120도는 너무 오래 조리하는 것 같아서 150도로 3시간정도 조리했다.
가니쉬는 양송이버섯4개, 버들송이버섯 1팩, 베이컨 100그램, 샬롯 4개를 사용했다.
보통은 작은 구슬만한 펄어니언을 사용하는데 샬롯으로 대체했다.
샬롯 또한, 대신에 적양파를 사용해도 좋은데 파스타에도 사용하고 하니까 사두면 쓸만하다. 요즘은 100그램에 2천원정도 하는듯..
버들송이버섯은 전에 먹어보니 마음에 들어서 농협에 가서 사왔는데 느타리버섯도 좋고 황금송이버섯이나 백만송이버섯(만가닥버섯)이 도 잘 어울린다.
샬롯은 올리브오일에 적당히 볶다가 와인을 1~2스푼 정도 넣고 졸여서 맛을 내고 베이컨도 구웠다.
베이컨 기름에 그대로 양송이버섯과 버들송이버섯은 적당히 슬라이스해서 노릇노릇하게 구웠다.
고기가 다 익고 나서, 국물의 농도를 더 내기 위해 불에 올려서 끓일 수 있는데 이때는 고기를 건져내고 졸이는 것이 좋다.
소스에 농도가 조금 더 있었으면 좋겠다 싶어서 고기를 건져내고 농도를 봐가면서 5~7분정도 더 끓였다.
숯....
에 가니쉬와 바게트를 올렸더니 비프 부르기뇽이 되었다.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만드는 과정만 따지고 봤을 때에는 조리방법만 숙지한다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비싸긴 했지만 한우갈비라고 또 입에서 살살 녹는 맛이 일품이었다. 소스도 실키한 느낌으로 잘 완성되어서 달지 않으면서 쌉쌀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을 내고
가니쉬로 올린 베이컨, 버섯, 샬롯도 소스에 흠뻑 묻어서 빵과 함께 먹으니 맛있었다.
오소부코에 송아지정강이를 사용하지 않아서 단순 비교는 어렵겠지만 이번 뵈프 부르기뇽이 좀 더 맛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손도 많이 가고 돈도 더 많이 들었으니까..
먹으면서 이게 10만원이 넘는 한접시라 이거지? 하며 가격에 걸맞게 ㄷㄷㄷ 떨어주며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