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02
마파두부, 마파두부덮밥
이야기가 기니 본론을 바로 보시려면 아래쪽으로^^
우리집 앞에 양꼬지를 파는 집이 있는데
이 동네에 이사온 해 부터 지나가며 늘 봤지만 올해에 처음 갔다.
처음에는 막연히 정말 허름하고 어두컴컴한 외관에 갈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늦은 시간에 집에 오면서 배도 애매하게 고프고 그냥 확 가보자 하고 갔더니
생각만큼 딱 허름한 집에 양꼬지는 내가 지나가며 처음 본 가격이 10개에 6천원이었는데 만원으로 올라있었다.
게다가 주방은 바쁜지 사람은 없고 한국말도 중국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분께서 옆으로 가라고 손짓 발짓으로 말씀하시는데
정말 옆으로 가도 되서 그러시는 건지 아니면 아무 말이나 하는 건지 구분도 안가는 와중에 바로 옆 건물을 임시로 빌려 공사판 같은 분위기의 테이블에 앉았다.
그리고 양꼬지를 주문했는데 자꾸 술은 주문안하냐고 물어봐서 억지로 한 병 주문하고 양꼬지를 기다렸다.
...결론적으로 정말 맛있었다.
왜 6천원일 때 가지 않고 이제야 처음 갔는 지 후회스러운 마음을 가득 안고 집에 와서 검색을 해보니 부산에서 양꼬지로 꽤나 알려진 곳이었다.
그러고 양꼬지가 생각날 때면 자주 가서 먹었는데
이 양꼬지를 찍어 먹는 향신료가 또 입맛에 맞았다.
이거 맛있네 하고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우리집 식구가 바로 앞에 있는 식료품점에사 사오나보다 라고 한다.
엥? 바로 앞에 어두워서 문을 닫았는지 아닌지 한 번도 확인 못하고 아예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정말 바로 앞집이 중국 식료품점이었다.
헐.... 이 동네에 7년을 살았는데 늘 지나다니면서 이제야 깨닫다니...
그래서 며칠 뒤에 또 지나가다가 오늘은 한 번 가볼까? 하며 가게에 들어섰다.
좁디 좁은 가게에 중국어로 된 패키지의 물건이 먼지 속에 앉아 있는데 주인 아주머니는 가게에 앉아 티비를 보고 계시는지 아무 말씀이 없고
어리버리한 발걸음으로 둘러보다가 큐민 씨앗을 찾았다.
인터넷에서 사려고 했는데 파우더만 있고 홀씨드는 없어서 못사서 안타까웠던 중이라 이게 여기에 있다니. 하고 하나 집어들고
아주머니께 가격을 여쭤보다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 왔냐 양꼬지집 갔다가 들렀냐 하시는데
처음 온 건 맞는데 이동네에 살고 있어도 있는 줄 모르고 있었다니까 그럴 수도 있다며 천천히 구경하라 하셨다.
짜차이는 양꼬지집에서 늘 사가는 거라며 자주 들여오니 유통기한도 길다고 하셔서 하나 사고 쯔란(큐민)도 당연히 하나 사고,
향신료 소분한 것은 하나도 이름이 붙어 있지 않아서 큐민 말고는 몰라 눈에 보이는 것 하나를 집어 이게 뭐냐고 하니
화쪄오?라고 하는 건데 중국 음식에 많이 쓴다고 하셔서 하나 샀다. 집에 가서 찾아보려고 재차 물어보니 화쨔 화쪄 화저 화쪄 하여튼 그렇게 들렸다.
집에 가면서 화쪄? 화저? 하며 잊지 않고 검색하니 아...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중국향신료'로 검색해서 보니 중국 향신료에는 오향이라는 것이 있는데
정향 음.. 집에 있지. 팔각 음 집에 있지. 계피 이것도 있고 회향 이것도 있고
화자오? 중국산초? 아 이건갑다!
오향 중에서 얼얼하고 매운맛을 낸다는 중국산초인 화자오.
깊이 찾아보지는 않고 대충 향신료 칸에 넣어 두었다가 마파두부를 하면서 개시해보기로 했다.
긴 이야기는 여기까지 이고 이제 음식으로 넘어가면,
예전에는 연두부를 사용하는, 최고의 요리비결에서 여경옥셰프가 하는 것을 보고 비슷하게 했는데
이번에는 화자오도 사용할거라 유명하다는 곳에서 사먹은 글도 유심히 보고
조리학원 홈페이지의 중식조리시험 레시피도 참고했다.
사용한 재료는 둘이 먹기에 적당한 양으로 조리 순서대로 나열하자면
기름+고운 고춧가루
대파1대, 마늘5개, 생강 손가락1마디만큼, 다진돼지고기100그램, 청주2스푼
피망(고추가 없어서 피망으로 대체)1개, 두부1모, 간장1스푼, 두반장2스푼
닭육수200cc, 굴소스1스푼, 설탕1스푼, 물녹말2스푼, 화자오 2티스푼, (건고추1개)
보통의 두부 대신에 튀긴 두부나 연두부도 잘 어울린다.
재료준비할 때에는 대파 마늘 생강 고추/고기 두부 닭육수/청주 간장 두반장 굴소스 설탕 녹말가루 화자오 이런식으로 외워서 준비했다.
두부는 데쳐서 따뜻하게 하여 썰면 되는데 젖은 키친타올에 싸서 전자렌지에 3분정도 돌렸다.
대파 마늘 생강은 작게 썰고 피망은 작게 다이스했다.
달군 팬에 기름을 둘러 기름이 잘 미끄러지도록 열이 오르면 불을 끄고 고운고춧가루를 1스푼 조금 안되게 넣고 골고루 팬을 돌려줘서 고추기름이 되게 했다.
매캐한 향이 좀 가시면 대파, 마늘, 생강을 넣고 볶다가 돼지고기를 넣고 볶는데 청주를 넣어 알콜이 날아갈 정도로 볶았다.
밥숟가락으로 듬뿍 정도로 간장1스푼, 두반장2스푼과 작게 썬 피망 1개를 넣고 더 볶다가 두부를 넣고 볶는다.
건고추가 있어서 1개를 씨를 털고 가위로 잘라 넣었다.
두부를 넣고 골고루 색이 나도록 볶고 닭육수1컵을 넣는데 없어서 물+치킨파우더1티스푼을 넣었다.
소스가 바글바글 끓으면 굴소스1스푼 설탕1스푼을 넣고 간을 보고
마지막에 물+녹말 1:1로 넣은 물녹말을 빠르게 부어 뭉치지 않게 하며 농도조절한다.
그릇에 담고 나서 중국산초인 화자오 1티스푼, 남은 실고추 조금 올렸다.
정신줄 놓고 물녹말을 붓다가 의도한 것 보다 조금 더 물기가 없이 완성됐다.
밥에 비벼먹기에 무리는 없지만 소스가 조금 더 촉촉하게 되었으면 더 좋았을 듯 하다.
고기와 야채도 적당히 들어 있어 한끼 밥먹기에 좋았다.
화자오가 얼얼한 맛을 낸다고 하는데 정말 매콤하고 얼얼하며 두부의 부드러운 맛과 잘 어울리는 마파두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