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밥상에 고구마줄기가 김치로 볶음으로 무침으로 있으면 가지 만큼이나 안먹었다. 엄마하고 언니하고 같이 고구마줄기껍질을 벗기면서 세상에 이렇게 먹고싶지도 않은 걸 왜 이러고 있나 했었다. 그런데 나이를 이만큼 먹고 나서 엄마 밥상에 고구마줄기를 먹으니 아니 세상에 이게 맛있는 날이 올 줄이야. 천상의 맛은 아니라도 아삭하고 달큰하고 담백한 밥반찬으로 맛있었다. 평생 먹어온 반찬인데도 처음 먹은 것 같다 했는데 생각해보니 평생 안 먹어온 반찬이라서 처음 먹은 것 같다 싶었다.
어버지가 고구마 키우시는 밭에 가서 고구마줄기 듬뿍 뜯고 이파리 베어서 주시면 예전에는 고구마줄기 껍질 벗기는 것도 귀찮고 좋아하지도 않아서 상추 고추 방아잎 쑥갓 다 받아와도 고구마줄기는 안받아왔는데 맛을 들이니 고구마줄기 주시는 것도 감사하고 찾아서 사먹기까지 하게 됐다.
고구마순 1키로를 사서 껍질을 벗겼다. 껍질 벗긴 것도 사봤는데 이것도 100프로 벗긴 건 아니라서 일을 좀 하긴해야 한다. 껍질 벗긴 게 겉면이 금방 마르니까 어차피 일 할 건데 생각하고 안 벗긴 걸로 사서 쓰게 된다.
고구마줄기볶음 재료로
데친 고구마줄기 100그램
양파 중간 것 4분의1개
마늘 2개
국간장 약간 (간보고)
대파 고추 약간
들기름이나 참기름 혹은 들깨가루 약간
분량을 딱 한끼 반찬 분량으로 썼는데 먹을 만큼 혹은 손질한 만큼 넉넉하게 넣고 볶고 간은 맛을 보고 맞추는거라 분량에 크게 의미는 없다.
고구마줄기는 억센 부분을 똑똑 부러뜨려서 길게 껍질을 벗겼다. 손끝이 까매져서 다 하고나면 손에 훈장이 남는다.
물을 넉넉하게 잡고 소금을 0.5스푼 넣어서 팔팔 끓인 다음 고구마순을 넣고 5분간 삶았다.
잠깐만 살캉하게 데치기도 하고 10분정도 삶기도 한다는데 엄마께 여쭤보니 여태 5분정도 삶았다하셔서 그냥 먹던대로 만들었다.
(1키로를 3번에 나누어서 삶으니까 물이 줄어들어서 건지는 중간중간 물을 보충했다.)
왼쪽 고구마줄기를 삶으면 오른쪽 색으로 변한다.
데친 다음 냄새를 맡으면 미세한 고구마향이 스치면서 달달하고, 먹어보면 간이 약간 되어 있으면서 아삭아삭하다.
(잡담)
찬물에 헹궈도 되는데 찬물에 헹구기 귀찮으면 원하는 것보다 30초정도 짧게 삶고 체에 널어서 식혀도 좋다. 이대로 식히면 겉면의 물기가 금방 마르는 점은 편하다.
10초정도로 아주 짧게 데쳐야 하는 나물은 물러지기 전에 얼른 찬물에 헹궈야 하는데 5.5분정도 (취향에 따라 7~8분까지도) 삶을 고구마줄기는 5분만 삶고 식히면 똑같다. 찬물로 열을 내리는 것이 안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다시 볶을 예정이고 볶은 다음에 헹구지 않고 그대로 식혀서 먹는거라 생각해보면 꼭 헹굴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이다.
데친 고구마순은 적당히 먹기 좋게 썰어서 이틀 내로 먹을 것은 바로 조리하거나 냉장보관하고 이틀 내에 조리하고 나머지는 냉동보관했다.
냉동보관한 고구마줄기는 해동해서 고구마순조림을 하거나 고등어조림같은 생선조림에 넣으면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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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기름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고구마순은 들기름에 볶은 걸 늘 먹어서 들기름에 볶았다. 데친 고구마순과 채썬 양파를 중불에 한 번 볶아낸 다음 간을 보고 마늘 넣고 조금 더 볶아서 끝. 대파와 고추를 넣지 않았는데 약간씩 어슷 썰어서 간 볼 때쯤 넣어서 같이 볶아내도 좋다.
소금물에 5분간 삶은거라 고구마줄기에 간간하게 간이 배어서 심심하게 먹을 거면 아예 간을 안해도 되고 적당히 먹으려면 국간장을 약간만 넣는 것도 좋다. 팬이 뜨거울 때 간장을 넣으면 타니까 불을 끄고 조금 식힌 다음 간장을 넣는 것이 좋다. 국간장을 넣고 골고루 뒤적뒤적한 다음 간을 봐서 입맛에 맞으면 그대로 마무리해도 좋고 국간장 맛을 한풀 꺽으려면 중불로 조금만 더 볶아도 좋다. 나는 소금만 아주 약간 넣어서 볶고불을 끄고 참기름을 약간 넣었다.
취향에 따라 들깨가루를 약간 넣어도 좋다. (고 하는데 나는 들깨를 좋아하지 않아서 넣지 않았다.)
계절이 느껴지는 식재료로 반찬을 만드는다는 것은 언제나 좋은 일이다. 불편하거나 귀찮을 수는 있어도 지나고 나면 잘했다는 생각이 꼭 들게 된다. 물론 다음부터는 안해야지 하는 생각도 같이ㅋㅋㅋㅋㅋ 그래도 계절이 가기 전에 또 사게 되는 것이 참 사람마음 알 길이 없다. 내마음인데도ㅋㅋ
애증의 고구마줄기볶음이죠........
저는 고구마줄기 안먹은지 진짜 오래되었어요
껍질까는게 너무 싫거든요 흑흑..ㅠ
스마트폰을 갖게 되면서부터 책도 안읽게 되고 이런 자잘한 일들은 더 안하게 되었네요 -_-;;
예전엔 티비 틀어놓고 쉬엄쉬엄 깠었는데 말이죠 ^^
지나고 보면 그런 추억들은 참 아름답게 기억되는거같아요. 그당시엔 귀찮아서 어휴...이걸 언제 다까..했거든요 ㅋㅋ
여름이라는게 윤정님 밥상을 보니 정말 느껴져서 좋아요
저희집 식탁은...음...생각해보니 잘 안느껴지네요
배달앱을 자주 이용-_-; 하거나 요즘은 특히 한그릇 음식으로 연명하고 있는 처지라서 말이죠 ㅠ
누가 고구마줄기볶음 한접시 주면 기쁘게 그자리에 먹을 자신 있습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