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검색


크기변환_IMG_8682.JPG


어릴 때 밥상에 고구마줄기가 김치로 볶음으로 무침으로 있으면 가지 만큼이나 안먹었다. 엄마하고 언니하고 같이 고구마줄기껍질을 벗기면서 세상에 이렇게 먹고싶지도 않은 걸 왜 이러고 있나 했었다. 그런데 나이를 이만큼 먹고 나서 엄마 밥상에 고구마줄기를 먹으니 아니 세상에 이게 맛있는 날이 올 줄이야. 천상의 맛은 아니라도 아삭하고 달큰하고 담백한 밥반찬으로 맛있었다. 평생 먹어온 반찬인데도 처음 먹은 것 같다 했는데 생각해보니 평생 안 먹어온 반찬이라서 처음 먹은 것 같다 싶었다. 


어버지가 고구마 키우시는 밭에 가서 고구마줄기 듬뿍 뜯고 이파리 베어서 주시면 예전에는 고구마줄기 껍질 벗기는 것도 귀찮고 좋아하지도 않아서 상추 고추 방아잎 쑥갓 다 받아와도 고구마줄기는 안받아왔는데 맛을 들이니 고구마줄기 주시는 것도 감사하고 찾아서 사먹기까지 하게 됐다.


고구마순 1키로를 사서 껍질을 벗겼다. 껍질 벗긴 것도 사봤는데 이것도 100프로 벗긴 건 아니라서 일을 좀 하긴해야 한다. 껍질 벗긴 게 겉면이 금방 마르니까 어차피 일 할 건데 생각하고 안 벗긴 걸로 사서 쓰게 된다.




고구마줄기볶음 재료로

데친 고구마줄기 100그램 

양파 중간 것 4분의1개

마늘 2개 

국간장 약간 (간보고)

대파 고추 약간

들기름이나 참기름 혹은 들깨가루 약간


분량을 딱 한끼 반찬 분량으로 썼는데 먹을 만큼 혹은 손질한 만큼 넉넉하게 넣고 볶고 간은 맛을 보고 맞추는거라 분량에 크게 의미는 없다.




고구마줄기는 억센 부분을 똑똑 부러뜨려서 길게 껍질을 벗겼다. 손끝이 까매져서 다 하고나면 손에 훈장이 남는다.


크기변환_IMG_8603.JPG




물을 넉넉하게 잡고 소금을 0.5스푼 넣어서 팔팔 끓인 다음 고구마순을 넣고 5분간 삶았다.

잠깐만 살캉하게 데치기도 하고 10분정도 삶기도 한다는데 엄마께 여쭤보니 여태 5분정도 삶았다하셔서 그냥 먹던대로 만들었다.


크기변환_IMG_8604.JPG

(1키로를 3번에 나누어서 삶으니까 물이 줄어들어서 건지는 중간중간 물을 보충했다.)


왼쪽 고구마줄기를 삶으면 오른쪽 색으로 변한다. 

크기변환_IMG_8610.JPG 

데친 다음 냄새를 맡으면 미세한 고구마향이 스치면서 달달하고, 먹어보면 간이 약간 되어 있으면서 아삭아삭하다.


(잡담)

찬물에 헹궈도 되는데 찬물에 헹구기 귀찮으면 원하는 것보다 30초정도 짧게 삶고 체에 널어서 식혀도 좋다. 이대로 식히면 겉면의 물기가 금방 마르는 점은 편하다.

10초정도로 아주 짧게 데쳐야 하는 나물은 물러지기 전에 얼른 찬물에 헹궈야 하는데 5.5분정도 (취향에 따라 7~8분까지도) 삶을 고구마줄기는 5분만 삶고 식히면 똑같다. 찬물로 열을 내리는 것이 안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다시 볶을 예정이고 볶은 다음에 헹구지 않고 그대로 식혀서 먹는거라 생각해보면 꼭 헹굴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이다.




데친 고구마순은 적당히 먹기 좋게 썰어서 이틀 내로 먹을 것은 바로 조리하거나 냉장보관하고 이틀 내에 조리하고 나머지는 냉동보관했다.

냉동보관한 고구마줄기는 해동해서 고구마순조림을 하거나 고등어조림같은 생선조림에 넣으면 맛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들기름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고구마순은 들기름에 볶은 걸 늘 먹어서 들기름에 볶았다. 데친 고구마순과 채썬 양파를 중불에 한 번 볶아낸 다음 간을 보고 마늘 넣고 조금 더 볶아서 끝. 대파와 고추를 넣지 않았는데 약간씩 어슷 썰어서 간 볼 때쯤 넣어서 같이 볶아내도 좋다.


소금물에 5분간 삶은거라 고구마줄기에 간간하게 간이 배어서 심심하게 먹을 거면 아예 간을 안해도 되고 적당히 먹으려면 국간장을 약간만 넣는 것도 좋다. 팬이 뜨거울 때 간장을 넣으면 타니까 불을 끄고 조금 식힌 다음 간장을 넣는 것이 좋다. 국간장을 넣고 골고루 뒤적뒤적한 다음 간을 봐서 입맛에 맞으면 그대로 마무리해도 좋고 국간장 맛을 한풀 꺽으려면 중불로 조금만 더 볶아도 좋다. 나는 소금만 아주 약간 넣어서 볶고불을 끄고 참기름을 약간 넣었다. 

취향에 따라 들깨가루를 약간 넣어도 좋다. (고 하는데 나는 들깨를 좋아하지 않아서 넣지 않았다.)


크기변환_IMG_8648.JPG   




크기변환_IMG_8682.JPG


계절이 느껴지는 식재료로 반찬을 만드는다는 것은 언제나 좋은 일이다. 불편하거나 귀찮을 수는 있어도 지나고 나면 잘했다는 생각이 꼭 들게 된다. 물론 다음부터는 안해야지 하는 생각도 같이ㅋㅋㅋㅋㅋ 그래도 계절이 가기 전에 또 사게 되는 것이 참 사람마음 알 길이 없다. 내마음인데도ㅋㅋ




  • 레드지아 2019.07.22 09:54

    애증의 고구마줄기볶음이죠........

    저는 고구마줄기 안먹은지 진짜 오래되었어요

    껍질까는게 너무 싫거든요 흑흑..ㅠ

    스마트폰을 갖게 되면서부터 책도 안읽게 되고 이런 자잘한 일들은 더 안하게 되었네요 -_-;;

     

    예전엔 티비 틀어놓고 쉬엄쉬엄 깠었는데 말이죠 ^^

    지나고 보면 그런 추억들은 참 아름답게 기억되는거같아요. 그당시엔 귀찮아서 어휴...이걸 언제 다까..했거든요 ㅋㅋ

     

    여름이라는게 윤정님 밥상을 보니 정말 느껴져서 좋아요

    저희집 식탁은...음...생각해보니 잘 안느껴지네요

    배달앱을 자주 이용-_-; 하거나 요즘은 특히 한그릇 음식으로 연명하고 있는 처지라서 말이죠 ㅠ

     

    누가 고구마줄기볶음 한접시 주면 기쁘게 그자리에 먹을 자신 있습니다 ㅎㅎㅎ

  • 이윤정 2019.07.23 03:56

    저는 아예 애증의 애도 없었어요ㅎㅎㅎㅎㅎㅎ
    아직도 어떤 식재료에는 증이 남아있는 걸 보면 언젠가는 애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시도하고 있다고 하려다보니 그러다 인생이 다 가겠네요ㅎㅎㅎㅎ

    티비 틀어놓고 쉬엄쉬엄 재료손질 하는 것 저도 좋아하는데, 제가 일하고 있으면 남편이 제 비위는 정말 기가 막히게 잘 맞춰줘요ㅋㅋㅋ
    채써는 것처럼 저 혼자 집중해서 할 때는 아주 재밌는 것은 못보니까 적당히 재밌는 걸로, 재미없거나 광고 나오면 바로 채널 돌리고, 또 제가 예민해서 시끄러운 것도 별로라서 시끄러운 것도 거르면서 맞춰주니까 괜히 남편 괴롭히는 재미도 있어요ㅎㅎㅎㅎ

    제철 재료는 가깝지만 멀고 배달음식은 멀지만 가깝죠.
    저는 집에서 배달음식을 안먹어서 이 편한 세상을 다 누리지 못하고 사는데 그게 너무 아쉬워요ㅎㅎ

  • 땅못 2019.07.23 00:07

    헉 썸네일이 넘 청순해서 저도모르게 탄성이...저희집은 제가 어릴때는 고구마줄기를 잘 하지 않았어요. 엄마가 손이 많이 가는 요리를 할 시간이 잘 안나셨고 또 잔일을 원체 질색하셔서 ㅋㅋㅋ 제가 요리를 할 수 있게 된 이후로는 가끔 고구마줄기가 대량으로 나오는 날이 있는데 바로 제가 고민이 많을 때였습니다 ㅋㅋㅋ

    제가 단순노동을 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습관이 있거든요! 번뇌가 많아지면 어김없이 멍하게 기계처럼 뭔가 사부작거리는데 대표적으로 고구마줄기까기, 마늘까기, 쪽파다듬기, 깍두기담을 무 썰기, 옷장정리 등등이 있어요 ㅋㅋㅋ 고민이 많아지면 그래서 양파피클이나 깍두기가 김치통단위로 나오고 ㅠㅠ

    고구마줄기 무침도 그런데 그걸 지금은 미국 가 있는 언니가 참 좋아했어요.그래서 고구마줄기하면 언니부터 생각이 나네요.

    들기름으로 깔끔하게 볶는다니 담번엔 꼭 그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뽀얗게 볶은 것보다 양념 한 고구마 나물을 많이 했거든요 ㅎㅎ 뭔가 하던것만 하던 버릇이 들었던 거 같은데 세상에 깨끗하게 볶은 모습 보니 들기름 향이 이까지 나는 것 같아 넘 의욕이 ㅎㅎ!! 들깨가루 피쳐링도 넘 좋을 것 같군요

    여행다니면서 밥을 영 안했더니 쉴만큼 다 쉬었나봐요 ㅋㅋ 다시 맛있는 거 많이 만들고 싶은데 항상 아이디어 얻어갑니다. 특히 요즘은 한식 반찬 보는 재미가 ㅋㅋㅋ 어묵잡채 윤정님 스타일로 한 거 인기 짱이었어요. 날 너무 더운데 몸도 마음도 지치지 않기를 바라요. 언제나 감사해요<33  

  • 이윤정 2019.07.23 04:05
    어머님께서 손이 많이 가는 잔일을 질색하셨다니 얼마나 바람직하신지요ㅎㅎㅎ 그래서 더 땅못님이 자유롭게 어떤 것이든 시도하기 좋은 마인드를 가지고 계신 것 같아요. 아마 어릴 때 고구마줄기를 비롯한 여러 집안일을 원하지 않을 만큼 하셨다면 지금와서는 하기 싫으셨을 것 같아요ㅎㅎㅎ 제가 그렇듯이 말입니다^^;

    단순노동은 마음을 비우기에는 정말 좋은 것 같아요. 마음이 복잡하실 때에 결과물이 이렇게 생산적이라니 애초에 너무 곧으신 성정이 아니실지요ㅎㅎㅎ
    여행 다녀오고 일상으로 돌아오면 저는 약간 백지상태같이 멍하던데 그런 와중에도 의지가 있으시다니 정말 늘 뵐 때마다 좋은 기운이 전해져 오는 것 같아요.

    평년에 비해 덜 더워서 음식하기 편한데 그렇다고 마음 놓으면 금방 덥고 힘들어지겠죠? 지금 당장을 감사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땅못님의 오뎅볶음 이야기도 감사하게 잘 들었어요. 언제나 마음써서 이야기 해주셔서 감사해요^^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66 소스 비빔장, 무침양념, 비빔국수양념, 골뱅이소면 (레시피없음) 25 file 이윤정 2019.08.04 6849
765 일상 일상 2019. 07 6 file 이윤정 2019.07.27 3639
764 일상 오징어실채 마요네즈무침, 오징어실채볶음 2 file 이윤정 2019.07.25 6763
» 반찬 고구마순볶음 고구마줄기볶음, 고구마줄기 손질하기 4 file 이윤정 2019.07.22 90222
762 일상 남은 카레로 토마토카레파스타, 카레크림파스타, 빠네파스타 3 file 이윤정 2019.07.20 8048
761 반찬 초간단 참치전 만들기, 참치캔 요리 16 file 이윤정 2019.07.18 7893
760 한접시, 일품 가지감자고추 매콤볶음 4 file 이윤정 2019.07.15 9699
759 한그릇, 면 곤약냉채 14 file 이윤정 2019.07.12 3782
758 한그릇, 면 닭한마리 만들기, 소스 14 file 이윤정 2019.07.09 29272
757 일상 밥상 사진 몇 개 7 file 이윤정 2019.07.06 3068
756 한접시, 일품 충무김밥 만들기, 레시피 8 file 이윤정 2019.07.04 13674
755 반찬 오뎅볶음, 고추와 표고를 넣어서 고추잡채 비슷하게 만들기, 레시피 5 file 이윤정 2019.07.02 3340
754 김치, 장아찌, 무침 미니오이 오이지, 물없이 오이지 만들기, 오이지무침, 레시피 8 file 이윤정 2019.07.01 15511
753 전골 탕 백합탕 만들기, 백합 손질법 12 file 이윤정 2019.06.29 9975
752 반찬 부드러운 계란찜 만들기, 푸딩 계란찜 레시피, 일식계란찜 11 file 이윤정 2019.06.28 56236
751 밥류 소고기 야채죽 6 file 이윤정 2019.06.26 3266
750 한접시, 일품 두부김치 만들기, 김치찜, 레시피 9 file 이윤정 2019.06.24 4505
749 고기 오향장육냉채 2 file 이윤정 2019.06.21 3478
748 일상 참치마요 샌드위치, 써브웨이 서브웨이 스타일로 6 file 이윤정 2019.06.19 6477
747 국 찌개 애호박 돼지찌개, 애호박찌개 6 file 이윤정 2019.06.17 6997
746 한접시, 일품 잡채 만들기, 레시피 7 file 이윤정 2019.06.13 4659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 55 Next
/ 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