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이 조금 긴데 아래에 사용한 재료부터 보면 적당하다;;
어제는 생일이라고 부모님을 만나 도다리며 농어회를 잔뜩 먹고 친정에 갔다가
가죽이며 두릅이며 장아찌를 담으신 것도 맛보고 장아찌 여러가지에 잘 손질한 죽순과 생취나물 등등 어마어마하게 받아왔다.
친정집 근처가 농산물시장이라 거기에서 또 짭짤이토마토며 양파, 감자, 대파, 당근 등 채소도 잔뜩 사서 집에 왔는데
밤에 집에 도착해서 짭짤이로 장아찌 담고 며칠 전 담아 둔 명이장아찌 확인하고 취나물 다 데치고 채소도 다듬고 정리까지 마치니 새벽 1시..에 이걸 쓰고 있다.
지난 겨울 엄마께 계속 받아온 사과는 다 처치를 못해서 지난 달에 10개정도 남은 것을 갈아서 면보에 거르고 한 번 더 걸러 맑은 즙을 내어 냉동해뒀는데
이걸 나박김치에도 넣고 깍두기에도 넣고 비빔장에도 넣으니 상큼하니 맛이 좋다.
사과에 듬뿍 들어서 이름도 사과산인 이 성분은 기분 좋은 산미로 상쾌한 음식에 두루두루 잘 어울린다.
그러고 보니 회도 먹고 장아찌도 잔뜩 받아오고 또 담기도 하고 보니까
어릴 때는 회도 못먹고 장아찌 같은 반찬은 손도 안대고 주셔도 안먹는다며 받아오지를 않았는데 나이 먹으니 감사히 받아오고 죄송하고 그렇다.
이제 김치 이야기.
설렁탕집 김치는 서울깍두기 김치를 가장 좋아하는데 그만큼 달지는 않고 끝맛이 쨍한 깍두기가 이번에 아주 맛있게 잘 됐다.
나는 입맛이 약간 싱겁게 먹는 편이고 남편 입맛에 전체적으로 싱거운 편이라 국을 끓여도 약간 싱거운데? 하면 자기 입맛엔 딱 맞단다.
물론 평소에는 내 입맛에 간을 맞추긴 하지만 김치는 약간 싱겁게 담는 편이다.
김치는 소금, 찹쌀풀, 당분이 충분히 들고 온도가 높을수록 빨리 익는다
그러니까 덜짜고, 찹쌀풀이나 당분이 덜 들면 천천히 익고 온도는 -5도일 때 산도가 거의 변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어 더 익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담는 김치는 주로 조금 천천히 익는 편이고 이 깍두기도 김치냉장고에서 꼬박 1달을 익혀면 그제서야 잘 익어서 제 맛이 난다.
서론이 길었는데 그래서 사용한 재료는
무 큰 것 1개
설탕 1컵
소금 2스푼
찹쌀풀로
황태육수 0.5컵
찹쌀가루 1스푼
양념으로
사과즙 3스푼
황태육수 3스푼
고춧가루 0.5컵
멸치액젓 1.5스푼
새우젓 1스푼
다진마늘 1스푼
양파 작은것 반개 갈은것
조청 0.5~1스푼(간보고)
겨울무나 봄에는 제주무가 깍두기에는 잘 어울린다.
아주 큼직한 무를 사용했는데 중간 것이면 1개반을 사용하면 괜찮다.
양념의 단맛과 김치의 발효를 위해 조청을 약간 넣었다.
양념의 사과즙대신 사과를 한쪽 갈아서 넣어도 좋다.
육수는 황태 양파 대파 무 다시마 표고버섯을 넣어서 물을 붓고 끓기 시작하면 중약불로 낮춰서 1시간정도 푹 끓여서 진하게 우리고 그대로 식혔다.
육수는 전날 우려서 완전히 식힌 다음 걸러서 냉장보관했다가 다음날 사용했다.
김치용으로 만든 것은 아니고 두루두루 사용하려고 만든 것이라 남은 육수는 찌개에 사용했다.
무를 설탕에 절이면 가장자리가 뾰족해지도록 꾸들꾸들해지는데 그 다음에 6시간 정도 말려서 사용했다.
설탕에 절인다고 단맛이 나지는 않고 수분만 쫙쫙 빠진다.
무는 껍질을 너무 벗기면 아삭한 질감이 적으니까 껍질을 약간 얇다싶게 벗겨냈다.
무는 1.5센치 정도 두께로 썰어 적당히 6등분하고 설탕과 소금을 뿌려서 절였다.
무에서 나온 수분으로 무가 잠길 쯤 되면 무거운 것으로 눌러서 잠기게 하고 10시간정도 푹 절였다.
(김치 담은 시기가 초봄이라 10시간을 절였는데 겨울에는 그보다 더, 여름에는 그보다 덜 절이는 것이 좋다)
그리고 물기를 빼서 채반에 밭쳐서 6시간정도 살짝 꾸덕하게 말렸다. 여름에는 그릇에 채반을 놓고 랩으로 덮어 냉장실에서 말리는 것이 좋다.
육수 반컵에 찹쌀가루 1스푼을 넣어 넣은 다음 뭉친 것은 체에 올려 으깨가며 완전히 저어서 풀고 약불에 올려서 계속 저어주며 되직하게 찹쌀풀을 쑤어서 식혔다.
고춧가루에 육수와 사과즙을 넣고 고춧가루를 충분히 불렸다.
불린 고춧가루에 멸치액젓, 새우젓, 찹쌀풀, 다진마늘, 간 양파를 넣고 섞은 다음 조청을 0.5~1스푼 정도 넣어서 간을 봤다.
맛은 딱 맞지만 시각적으로 좋아보이려면 붉은 고추도 한두개 갈아 넣으면 좋다.
양념에 절인무를 넣고 잘 무쳐서 김치통에 김장봉투를 깔아 넣고 입구를 단단히 묶은 다음
실온에서 24시간정도 숙성한 다음 냉장실 깊숙한 곳에 넣어두고 한 달 간 그대로 두었다.
김치의 발효균은 혐기성이기 때문에 공기에 닿지 않는 것이 좋다.
무가 천천히 익어서 한 달 간 익히니 딱 알맞게 잘 익었다.
아삭아삭한 질감에 끝맛에 쨍한 맛이 돌면서 무의 적당히 단 맛에 간도 잘 맞고 맛있었다.
큼직한 무 하나를 집어서 한입에 그냥 먹기도 맛있고 반찬으로 하나씩 집어 먹기도 좋았다.
너무 금방금방 없어져서 또 담을까 싶은데 나박김치를 담아둬서 나박김치를 좀 먹고 담아야겠다.
아아아 보기만해도 뭔가 시원하고 아삭한게 느껴져요
이거 한입 콱 ! 베어문다고 생각하니
급 점심 ... 먹어야겠어요 ㅋㅋㅋ
이건 진짜 딱 설렁탕이나 그런 뽀얀 국물이랑 먹어야할 거 같은 느낌 !
그나저나 늦게 주무시고, 일은 많으셨지만,
그래도 부모님네 다녀오셔서 부자 ~ 되셨겠어요 !
ㅇ음력으로 생일 하시나바요 !
늦었지만, 생일 축하드려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