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생채 글에 그냥 뜬금없이 추억팔이ㅎㅎ
우리 아버지는 무뚝뚝하고 점잖은 성격에 키가 아주 크시고 젊으실 적에는 농사를 지으셨다.
태어나서부터 여태까지 아버지께서 아무리 화나셔도 욕설과 같이 험한 말씀을 하시는 모습이나 아무리 바쁘셔도 헐레벌떡 뛰는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언제나 무뚝뚝한 옛날 분 그대로셔서 친구같은 정을 나눈 적은 없지만 요즘 뵈면 손자를 그렇게 좋아하시는 것이 꼭 무뚝뚝하신 것도 아닌 것 같다.
나는 3남매의 막내라 아마도 생존방법을 애교로 터득했던 것 같은데 나이를 먹은 지금은 나도 무뚝뚝 편이지만 기억이 나지 않은 어릴 때는 그렇게 아버지께 애교를 부렸단다.
제철 꽃이나 난, 음.. 기억이 나지 않는 게 아니라 어려서 이름은 모르고 생김새만 알던 나무들을 키워서 도매업에 파시다가
IMF 당시 여름에 오더받은 꽃이 가을에 팔리지 않아 주변에 가득 나눠주고도 꿈쩍없이 남은 그 많던 국화를 그 넓은 꽃밭에 전부 거꾸로 처박아 버린 다음
아버지의 농사는 조경업으로 바뀌었고 이후 20년이 다 되어가고 나는 서른 여섯살이 되고 아버지는 칠순이 넘으셨다.
아직도 우리 아버지는 조경 일을 하시고 집에 오셔서는 취미로 옥상에서 배추, 상추며 쪽파, 대파, 고추, 호박, 가지, 치커리 등 채소를 키우신다.
그래서 매번 우리가 친정에 가면 정성들여 키우신 채소를 뽑고 베거나 따오셔서는 집에 가는 길에 가득 실어주시는데 지난 겨울에 우리 아버지는 무에 딱 꽂히셨다.
어릴 때 그렇게 위아래 정확하시고 어른다운 모습만 보여주시다가 요즘은 애완동물 기르듯이 채소를 돌보시는 모습이 약간 귀엽기도 하고 그렇다.
달달한 겨울무를 닥닥 긁어서 간식 대신 드시는 맛을 들이셨는데 무를 내게 잔뜩 주시며 (경주말투로ㅎㅎ)이기 을마나 단지 아-나 국만 끼리 무도 억수로 달다, 하셨다.
그 무를 실온에 둔 것은 먼저 먹고 일부는 또 자리도 부족한 냉장고에 욱여넣고 먹다가 마지막 남은 무로 무생채를 만들었다.
서론이 길었는데;;
사용한 재료는
무 400그램
소금 1티스푼
설탕 1티스푼
고춧가루 2스푼
새우젓 1스푼
다진마늘 1스푼
조청 1~2티스푼
무는 약간 작은것 반개였는데 큰 것이면 3분의 1개 정도 된다.
무생채는 가늘고 여리여리한 것을 좋아해서 채칼이 아닌 칼로 썰 수 있는 가장 얇은 정도로 채썰었다.
전체적인 간은 짜지 않고 어떻게 보면 약간 싱거운 정도인데 여러모로 집어먹거나 비벼먹기에는 딱 적당하다.
무는 가늘게 채썰어서 소금 1티스푼과 설탕 1티스푼을 넣고 적당히 버무려 1시간정도 둔 다음 물기만 가볍게 따라냈다.
절인 무에 고춧가루를 넣고 버무려 발갛게 물을 들이고 다진 새우젓과 다진마늘을 1스푼씩 넣고 조청을 약간 넣어서 버무렸다.
작은 지퍼백에 넣고 밀봉에서 이틀정도 냉장보관했다가 먹었다.
무생채는 밥반찬으로도 먹고 비빔밥에 넣어서도 흔하게 먹지만 빈대떡에 올려 먹는 것도 좋아해서 빈대떡을 만들려고 녹두를 불려뒀다.
먹기 직전에 쪽파를 약간 뿌리는 것도 좋고 밥에 비벼먹을 때는 참기름과 깨를 약간 뿌려서 준비하면 더 좋다.
아삭아삭하면서도 짜거나 달지 않고 편안하게 먹기 좋다.
아...그런 추억이 있으셨군요 ^^
저희 어머니도 생채만들때 새우젓 넣고 하시더군요.
예전에 백종원 무생채하는거 보니까 무를 안절이고 액젓을 넣던데...
절이고 안절이고의 차이는 무의 씹는 식감이겠죠?
양념이야 취향이고 ㅎㅎ
조청을 써본 적이 없어서 설탕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