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蔘鷄湯 : 어린 햇닭의 내장을 빼고 인삼, 대추, 찹쌀 따위를 넣어서 고아 만드는 보양 음식. 삼복에 보신이 되고 원기를 돕는다. - 네이버 국어사전
삼계탕이라는 음식이 제철이 있는 채소나 해산물로 만드는 것도 아니고 연중 어느 때나 쉽게 먹을 수 있고, 만들 수 있지만 삼복인 초복, 중복, 말복. 복날에 챙겨 먹는 삼계탕은 각별한 의미가 있는 것도 같다.
복날은 그 많은 여름 날 중에 콕 집어서 딱 그 날 보양식을 먹어야 하는 것처럼 집단적인 현상을 가지는데, 집단적임에 우호적이지 않은 나도 이상하게 복날은 그 집단적인 현상이 싫지만은 않다. 발렌타인데이나 크리스마스 등의 떠들썩한 날은 불구경 하듯이 보내도 복날에 든든한 음식을 먹으면 냉정했던 마음이 약간 녹는 것 같기도 하다. 매해 꼬박꼬박 복날을 챙기다 보면 10년전 발렌타인데이에 남자친구에게 줄 초컬릿을 재가공(만드는 것이 아님) 하던 일도 생각이 나고.
삼계탕은 토종닭에 약재와 삼을 넣어서 만든 백숙을 만들어 백숙을 먹고 닭죽을 끓여 먹는 걸 가장 좋아하지만 토종닭이 비싸기도 하고...해서
요즘 한창 저렴한 삼계탕용 영계에 속에 찹쌀을 채워 1인 1닭 하는 일반적인 삼계탕을 하고 있는데 경제적이고(돈이 덜 들고) 맛있어서 이것도 좋다.
사용한 재료는
1인당 삼계탕용 영계 1마리, 찹쌀 5스푼, 마늘 3쪽, 대추, 인삼에
국물에 넣을 대파, 양파와 삼계탕용으로 나온 황기, 헛개나무, 오가피나무.
닭을 손질하기 전에 먼저 찹쌀을 불렸다.
닭 안에 채운 쌀은 푹 불리지 않으면 설익을 수 있으니까 3시간 정도 미리 불려서 만에 하나 설익을 만한 여지를 두지 않는 것이 좋다.
시간이 부족하다면 찹쌀에 물을 조금 적게 잡아 압력밥솥에 고슬고슬하게 밥을 지어서 뭉쳐서 넣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불린 찹쌀은 닭 속에 채우기 좋도록 물기를 빼고..
닭은 깨끗하게 씻고 속에 남은 불순물들도 깨끗하게 제거해서 속에 찹쌀을 채워 넣기 좋을 정도로 손질했다.
꽁지와 꽁지 근처의 기름은 잘라내고 목에 있는 기름도 조금 제거했다.
꽁지 쪽은 기름은 잘라내되 껍질은 그대로 두어야 속에 채운 찹쌀을 고정하기 위해 양발로 꼬는 것을 하기 나으니까 한쪽만 제거하거나 해서 적당히 남겨뒀다.
물기를 뺀 찹쌀을 닭 속에 채울 때에 목쪽에 찹쌀을 먼저 넣으면 밖으로 목과 가슴살 사이로 쌀이 흐르니까 큰 대추나 마늘로 막은 다음 찹쌀을 채우는 것이 좋다.
대추를 넣으면 밥에 은은하고 달콤한 대추의 맛과 향이 배어서 좋고, 마늘의 알싸하면서 잘 익은 단맛도 잘 어울린다.
찹쌀을 채운 닭은 다리쪽 껍질에 칼집을 내고 다리를 꼬아 고정시키는데 잘 안될 때에는 꼬지를 사용해서 꼬기도 한다.
준비가 끝나면 닭에 물을 넉넉하게 붓고 인삼과 황기나 오가피나무 등의 재료를 넣고 국물에 맛을 더해 줄 대파와 양파도 넣었다.
물이 팔팔 끓으면 중불~중약불에 40분~1시간 정도 뭉근하게 끓이면
국물이 뽀얗게 우러나고 찹쌀이 익어 닭이 빵빵해진다.
잘 익은 삼계탕은 불을 끄고 10분정도 그대로 두어 찹쌀에 뜸을 들였다.
뜨거운 것을 즐길 때에는 그대로 먹어도 좋지만 10분 정도 두면 뜨거움이 가셔서 먹기도 편하고 닭도 조금 더 촉촉해지는 것 같다.
어쨌든 먹을 때에는 대파도 곁들이고 소금과 후추도 입맛에 맞게 뿌렸다.
뜨거운 국물이라 소금을 넣어도 싱겁게 느껴지는 느낌이 드는데 그렇다고 소금을 많이 넣으면 짜게 되니까 약간 싱겁게 먹기 시작하면 주로 마지막에 간이 맞다.
그래서 보통 일부러 냄비에 육수를 조금 남기고 식사 그릇에 담아내는데
각자 소금을 넣어 간에 맞춰서 먹다 보면 싱거울 일보다 짜게 되어서 국물이 필요할 일이 가끔 생기고,
그러다가 먹지 않고 남은 육수는 냉동해두면 쓸일이 꼭 생기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낸 육수는 양식보다는 중식에 꽤 잘 어울린다)
닭도 잘 익었고 찹쌀도 쫀득쫀득하게 잘 익었다.
크게 특별한 음식도, 제철로 계절을 타는 음식도 아닌데 이렇게라도 은근 기분이 좋으면 그걸로 충분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