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8/19
감자전
강판에 간 체에 거른 다음 남은 감자수분은 가만히 가라앉혀서 윗물을 따라내고, 갈아 둔 감자와 전분을 섞어서 굽는 것이 기본인데
조금 편하게 하려면 믹서에 갈아서 쓰는 것도 좋다. 나는 사서 고생 하는 것이 취미라 강판에 열심히 문대서..갈았다.
감자는 취급과정에서 충격에 의해 속에 얼룩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것은 일종의 갈변반응이다.
감자를 깎아두거나 감자에 흠집에 생기면 금방 색이 변하는 것 또한 갈변반응인데 식물이 산화되며 방어기제를 발현시키는 효소에 의한 것으로
레몬즙 등을 뿌려 산성조건을 만들거나 찬물에 담가두는 것으로 이를 방지할 수 있다.
감자를 갈아두면 이 갈변반응으로 인해 금방 색이 짙어지며
감자수분을 가라앉히는 동안에도 갈아 둔 감자의 색이 부분적으로 검어지는데 먹는데에 딱히 큰 문제는 없지만
레몬즙이나 식초를 뿌리면 색이 변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나는 그냥 내버려둬서 마지막 사진에서 알 수 있듯이 감자전의 색이 약간 짙어졌다.
사용한 재료는
감자 중간것 10개, 쪽파 3~4뿌리, 홍고추1개, 다진마늘0.5스푼, 소금, 후추, 참기름
감자는 강판에 갈아서 체에 걸러서 물기를 뺐다.
체에 가만히 거르는 정도로 충분하기는 한데 성질이 급해서 면보에 넣고 조금 눌러줬다.
물기를 걸러낸 감자에 다진 홍고추, 다진마늘, 쪽파, 소금, 후추, 참기름을 넣고
감자에서 걸러낸 수분은 1시간 이상 가라 앉혀서 윗물은 따라내고 아래에 고인 전분은 감자전에 넣었다.
굳이 이렇게 할 필요는 없고 갈아 둔 감자만 걸러서 전으로 부쳐도 되고 쫀득한 맛을 더하고 싶으면 감자전분을 조금 넣어도 무방하다.
소금은 이정도 감자를 찍어먹기에 어느정도 소금이 필요한가를 생각해서 그것보다 약간 적게 넣고
후추와 참기름은 대충 살짝 뿌려서 넣었다.
감자전 반죽을 잘 섞은 다음 원하는 크기로 하나씩 빚어서 앞뒤로 노릇노릇하게 지져냈다.
감자는 집에 있는데 고로케를 하자니 튀기기가 귀찮고 쪄먹자니 너무 평범하고 갑자기 급 땡겨서 만들었는데 쫀득쫀득한 맛이 괜찮았다.
감자 가는 것이 조금 빡치..기는 했다. 강판에 다친 적이 있어서 강판을 조금 무서워 하는데 감자는 많고.. 해서 영혼을 빼놓고 갈면서도 다치지 않도록 장갑을 끼고 갈았다. (그럼에도 유쾌하지는 않았다)
감자전이 다른 메인반찬;에 비해서 결코 적은 시간이 드는 반찬이 아닌데 고생하는 것에 비해 결과물의 양이 꽤 적어서 다른 음식을 하나 더 만들어야 저녁식사에 적당했다.
이 음식을 위해 나를 소모하는 것에 비해서 결과물의 양이 만족스럽거나 하지는 않는 것이 단점이지만 일년에 한두번쯤 별식으로 먹기에는 괜찮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