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2/05
바지락칼국수
-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음식 백가지
국수는 원래 반죽을 손으로 눌러서 풀잎처럼 만들었다는 수인병(手引餠)이었고,
그 후에 반죽을 누르면서 늘여서 만드는 박탁(餺飥)이 되었다가
도마와 칼이 생기고 나서는 얇게 밀어서 칼로 써는 칼국수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국수를 끈기가 없는 메밀로 만들기 때문에 반죽을 분통에 눌러서 빼는 방법을 고안한 듯하다.
옛날 음식책에는 칼국수라는 말은 나오지 않고 대개는 밀가루로 만들어서인지 ‘밀국수’라고 하였다.
이와 구별하여 마른 국수나, 국수틀에서 누른 메밀국수를 더운 장국에 만 것을 ‘온면’이라고 하였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밀국수를
만들려면, 밀을 가루내어 소금을 조금 넣고 반죽하여 얇게 밀어서 가늘게 썬 다음 삶아 건진다.
쇠고기를 두드려 좋은 장으로 간을 맞추고 끓인 국물에 채소를 넣어 다시 끓인다.
알지단을 부쳐서 채썬 다음 대접에 국수를 말고 준비한 장국을 부어 오이나 호박나물을 얹어서 먹는다.
또 제물칼국수가 있는데
칼로 썬 국수를 따로 삶지 않고 닭국이나 멸치장국을 바로 넣어 끓이는 것으로 국물이 걸쭉하다.
호박이나 감자를 저며서 함께 끓이면 맛도 더 좋고 푸짐하다.
닭으로 할 때는 닭을 통째로 삶아서 기름을 걷어내고 닭은 건져서 살을 잘게 뜯어 건지로 얹어 낸다.
라고 한다.
마감세일하는 바지락살을 대뜸 담아와서 뭘할까 고민하다가 오랜만에 칼국수나 좀 썰어볼까 싶었다.
손에 밀가루 묻히는 걸 즐기지 않아서 반죽은 어지간하면 안하는데 토요일 아침의 이른 택배배달(그것도 2번이나)로 인해 빡친 마음을 가라 앉히고자...
사용한 재료는 2인분이 약간 넘는 정도였는데
칼국수면으로 밀가루 250그램, 뜨거운물 140그램, 소금 약 2그램
육수로 다시마, 멸치, 황태, 대파, 무, 표고버섯,
칼국수 재료로 당근, 애호박, 다진마늘, 바지락살
양념장으로 청양고추, 다진마늘, 고춧가루, 간장, 참기름, 깨
찬물에 다시마를 넣어 다시마를 우리고 면을 반죽하기 시작했다.
칼국수면이나 만두피는 부피로 밀가루가 100이면 소금은 1%, 물은 45% 정도면 적당한데 여기에서 반죽을 밀어서 펴면서 덧밀가루가 조금 더 들어간다.
이정도 물의 양은 국수반죽이 단단하지 않고 조금 무른 편인데 물은 밀가루 양의 30%까지만 넣기도 한다.
뜨거운 물을 넣어서 익반죽을 하면 면이 더 쫄깃하고 표면이 부드럽다는데 근거가 있는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경험상에도 만두피나 수제비, 칼국수 등은 익반죽을 하는 것이 더 맛있었다.
반죽을 하면서 사이에 30분 정도 휴지를 하면 더 매끄러운데,
하여튼 매끈할 정도로 반죽을 해서 반죽의 겉면이 아기속살처럼 부드러워지면 얇게 밀어서 덧밀가루를 뿌려가며 앏게 밀어서 접은 다음 얇다 싶은 정도로 썰면 되는데
나는 제면기를 사용해서 반죽을 부드럽게 만들고 얇게 밀었다. 손으로 반죽하고 밀면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 빵반죽보다 더 힘든듯..
면을 만들면서 다시마우린물에 멸치, 황태, 무, 대파, 표고를 넣고 끓기 시작하면 중약불로 줄여 40분정도 푹 우려냈다.
육수는 최종적으로 1인분에 400~500미리 정도면 적당한데 육수를 만들고 보니 양이 조금 많아서 그릇에 떠내고 육수의 양을 조절했다.
양념장은 삭힌 고추가 있으면 더 좋고, 청양고추도 괜찮다.
청양고추2개에 마늘1스푼, 고춧가루1스푼, 여기에 뻑뻑한 느낌이 돌 정도로만 간장을 넣고 참기름과 깨를 약간씩 넣었다.
멸치육수는 적당히 덜어내거나 더해서 인원수에 맞도록 양을 맞춘 다음 국간장을 넣어서 간을 하고 팔팔 끓어오르면 양파와 애호박을 넣었다.
육수 1리터당 국간장을 2스푼을 넣으면 약간 싱거운 정도인데 양념장으로 최종적인 간을 맞출거니까 취향에 맞게 간을 하면 될 듯 하다.
이러는 동안 덧밀가루를 뿌린 칼국수면이 밀가루를 흡수해서 겉에 덧밀가루가 거의 남지 않았다.
밀가루를 더 뿌리지 않으면 따로 삶지 않고 국물에 그대로 넣어도 국물에 과하게 점성이 생기지 않는데
시판 칼국수면은 덧밀가루를 털어내어도 국물에 그냥 넣기는 무리가 있으니까 따로 삶아서 국물에 넣는 것이 더 낫다.
생면은 4~5분정도 삶으면 되니까 2분쯤 지났을 때 바지락을 넣으면 알맞고, 국물이 팔팔 끓으면서 칼국수면이 떠오르면 부드럽게 다 익은 것이다.
평소에는 바지락살이 아닌 활바지락을 미리 데쳐서 육수와 바지락살을 분리해서 혹시라도 남을 모래를 제거하고,
멸치육수에 바지락육수를 더해서 면을 끓인 다음 마지막에 데친 바지락살을 넣어서 완성하는데
이번에는 바지락살을 사와서 면이 반쯤 익었을 때 깨끗하게 행군 바지락을 넣었다.
그런데 바지락살을 사용했는데도 아래에 모래가 아주 약간 남아서, 바지락을 미리 데쳐서 바지락살과 육수를 따로 사용할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릇에 면을 건지고 국물을 국자로 떠서 그릇에 담아 아래에 있는 약간의 모래는 그릇에 담지 않고 국물 약간과 함께 냄비에 남겼다.
보드라운 칼국수면에 멸치바지락육수의 담백한 맛이 잘 어울린다.
양념장으로 간을 딱 맞게 맞추고 먹기 시작하니 금세 한그릇이 없어진다.
칼국수면 만들기가 번거롭기는 하지만 시판 냉장면보다 확실히 보드랍고 식감이 촥촥한 것이 애쓴 보람이 있었다.
물론 만드는데는 1시간 걸리고 먹는 건 10분이긴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