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늦게까지 술먹으며 술주정..
글의 흐름이 지맘대로일 수 있다. 횡설수설 주의.
추가 ㅡ 술먹었단 말은 괜히 했나보다. tmi 그 자체인데다가 술이야 맥주 한 잔 먹어도 먹은 거고 독주를 들이부어도 먹은 거고 술보다는 내 정신상태가 문젠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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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꺼를 만들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내가 만든 것과 비슷한 것을 봤을 때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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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곱새 레시피는 진짜 각별한 레시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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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레시피를 만들 때
처음 먹어봤거나 잘 모르는 음식의 경우는 레퍼런스가 될 자료는 최대한 기원이나 원문을 찾아보고, 일반화할 수 있는 수준의 데이터를 다량 찾아보는 편이다. (유튜브는 거의 안봄)
그리고 테스트를 반복한다.
김치찌개를 처음 먹어보고 집에서 만드는 외국인이 책이나 구글링에 있는 김치찌개라는 김치찌개는 한국어로도 찾고 영어로도 찾고 다 찾아보고 만들고 또 만들어서 자기 입장에서 구할 수 있는 최대한의 재료로 김치찌개의 레시피를 정립하면 그 김치찌개의 레시피는 정해진 출처를 명시할 수 없는 것 처럼 (이것도 일부 출처 없이 만든 외국음식의 나의 자기 합리화일 수는 있다.).
우리집에는 요리책이 원서로 된 외국 요리책은 많이 있는데 번역서는 서너권이다. 이것도 마지막으로 산 것이 2015년경이다.
한식요리책은 10년 전 쯤 산 한국요리해법 밖에 없다. 업소용 레시피라 가정용에 바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많은 걸 배웠다.
내가 영향을 받은 가장 큰 요리책은 음식과 요리(해롤드 맥기) 이다.
음식 만드는 건 배운 적도 없고..
그리고 한식은 아예 검색을 안한다. 영향받지 않으려는 이유가 크다. 어떤 레시피를 보고 작은 아이디어라도 눈에 들어오고 좋은 방향으로 인식되면 그 길로 자꾸만 가게 된다. 뭔가를 보면 영향을 받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요즘은 내 한식 레시피가 다른 레시피에 비해 어떤지도 모르겠다.
유튜브나 인스타, 블로그나 카페 등에서 어떤 종류의 음식이 트렌드인지도 모르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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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등감 섞인 부끄러운 고백을 하자면 진짜 내가 잘못하고 있는건가 스스로 검열한 적이 있다.
재작년 말에 모 카페에 여러 레시피를 올리고 이야기 나누는 것도 좋고 후기도 궁금해서 나름대로는 지금보다는 자주 드나들던 때가 있었다. 그 시기에 아주 음식을 잘하시는 분의 지코바 레시피가 카페에서 많이 맛있다는 후기와 함께 크게 유행하는 걸 봤다. 그 당시에는 그 레시피를 볼 카페 등급이 안되서 보지 못했다. 그 와중에 나도 지코바 레시피를 테스트 중이었다.
그 레시피를 궁금해하는 많은 의견에 레시피 올린 분이 곧 레시피를 곧 다 볼 수 있게 올리겠다고 예고하셨다. 그런데 그걸 보면 영향을 받을까봐 그 레시피를 볼 수 있게 되기 전에 테스트를 한 번이라도 더 하며 최대한 업장 사장님 의견도 알아보고 본사에서 나오는 양념이 어떤지 리서치하고 테스트했고 결국엔 그 분이 레시피를 등급 무제한으로 오픈하시기 전에 테스트를 일단락하고 레시피를 최대한 다듬어서 홈페이지에 올렸었다. 막상 보고 난 다음이면 영향을 안 받을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내가 만들고 싶은 메뉴의 어떤 좋은 레시피를 본다는 것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후에 그 분의 지코바 레시피를 봤고 내 레시피와는 완전히 달랐다. 역시 그 레시피는 좋은 레시피였다. 그리고 나는 이 정도로 영향받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내 레시피를 만들기 전에 그 분 레시피를 보게 되고 만약에 그분 레시피에 영향을 받았으면 그걸 두고 내 레시피라고 할 수는 없으니 내 레시피를 만들지 못했을 수도 있고 두고두고 생각났을 것 같다.
그 분이 카페에 올린 지코바 레시피는 좋은 레시피라 오래도록 회자되고 있고 내가 내 홈페이지에 올린 지코바 레시피는 참고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 같지만 그래도 괜찮다. 뭐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타이밍적으로 영향받은 일도 마음에 걸리고 괜히 죄책감이 느껴지고 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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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생각해보니 한식을 검색할 때도 있는데
사먹는 음식의 구성이나 모양새를 참고하려고 자료를 찾는 경우도 있고
레시피를 다 만들고 난 다음에 이렇게 만든 사람이 또 있나? 싶어서 검색하기도 하고
글 올리기 전에 구글링에 어떻게 하면 잘 걸릴까 싶어서 자동완성 검색어를 위해 검색해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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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곱새는 그렇다.
20년도 넘게 사먹었고
낙곱새 레시피를 만들어야지 생각한 다음에는 사먹을 때마다 마음 편하게 먹은 적이 없다.
(그거야 레시피에 만들고 싶은 모든 메뉴를 사먹을 때 전부 다 그렇지만..)
들어가는 재료도 유심히 보고 조리 전에 양념장이나 육수도 먹어보고, 같이 먹는 남편에게도 먹어보니 어떠냐 물어보고
집에 와서 수도 없이 만들었고 또 같이 의견을 나누면서 테스트한다.
내가 만들어 보고 싶은 음식을 사먹을 때는 맛을 분석하려고 노력하면서 밥먹는 것을 즐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그런 과정을 통해 맛있는 음식을 도출할 수도 있게 된다. 그렇게 만든 레시피로 집밥을 먹을 때는 검증 차원이라 밥먹는 것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 이 맛이 내가 내려고 햇던 그 맛이 맞나? 맞다면 예전 레시피에 비해 개선하려고 레시피를 약간 바꿨을 경우에는 이번에 이게 더 맛있나? 아닌가? 예전버전이 낫나? 끝없이 스스로를 평가한다. 십년이 넘은 습관이다.
비빔냉면을 특히 좋아해서 어디가서 비빔냉면이나 비빔국수, 쫄면, 심지어는 비빔라면을 먹을 때도 그렇고
어디가서 고기 찍어먹는 양념장 하나만 입맛에 맞아도 고기 찍어먹는 걸 관두고 양념장만 계속 맛본다. 어떤 조합으로 만든 양념장일까 고민하면서.
레시피를 만들고 난 다음에 사먹을 때도 내가 만든게 정말 비슷한가? 뭐가 더 낫나? 레시피에 개선점이 있을까? 사먹으면서도 끝없이 스스로를 평가한다.
집밥을 온전히 즐기며 먹을 때는 사진도 찍지 않고 글도 쓰지 않고 레시피도 생각도 없이 편하게 먹는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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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곱새로 돌아가서, 다른 레시피도 그렇지만 낙곱새 레시피는 그 어떤 레시피도 참고한 적이 없다.
각 재료 한스푼을 더 넣고 덜 넣고 까지도 그냥 온전히 맨땅에서 지어 올린 레시피이다. 처음 레시피 올릴 때도 올릴까 말까 많이 망설이고 미뤘었다.
염도계산은 기본이고 내가 만든 모든 레시피에는 내 취향이 반영되어 있다.
재료를 선택하거나 재료의 크기는 어땠으면 좋겠고, 맵고 짜고 달고는 어느정도면 좋겠고, 어떤 조미료는 사용하고 싶지 않고(일반 다시다(중국산 재료가 들었음)) 어떤 조미료는 사용하고 싶고(떡볶이의 산들애나 찌개맛된장의 조개다시다), 어떤 조미료용 육수(사골육수, 멸치진국)나 조미료 대용 재료는 내 맘에 들고(친수피시소스),
어느정도 기름진 건 괜찮고 그 이상은 별로이고, 주재료나 채소는 구워도 좋고 안 구워도 좋지만 이론은 여태 많이도 따져왔으니 이론을 떠나서 구웠을 때와 아닐 때의 수고 대비 맛의 차이가 실제로 테스트로도 먹어보는 것만으로도 맛차이가 분명한지 구운 재료와 아닌 재료의 식감은 어느쪽이 내맘에 드는지
냄비나 그릇에 어떻게 담고 사진찍었을 때 어떻게 보이도록 하는지 조리 완성 상태는 어디까지 조리하고 멈춰야 내 맘에 드는지
그냥 전부 다 내 입맛대로 만든다.
그런데 누군가가 나와 유사한 흐름으로 음식을 만들어 올렸다면
다른 사람 레시피를 참고했겠구나 나와는 상관없는 내용이구나 하고 무심할 수 있을까
무심하고 싶다가도 갑자기 스트레스가 오르고 가슴팍이 조이듯 아프고 내 문제가 내 통제를 벗어난 것 같은 무력한 느낌이 든다.
바로 얼마전에 낭만요리라는 유튜버가 도용해서 문제가 됐던 떡볶이나 지코바도 똑같이 맨땅에서 지어올린 레시피라 그때는 도용여부에 있어서 의심의 여지가 아예 없었다. 나하고 뇌를 공유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이렇게 만들지 싶은 수준이었다.
그리고 그 외에도 징징하는 걸 안했다뿐이지 그냥 참고 넘어간 적도 많다. 그냥 넘어갈 땐 말을 안하니까 보이지 않지만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늘 멘탈이 이렇게 깨지는 건 아니다.
(갑자기 딴 이야기 - 여태 열심히 생색내는 레시피중에 각종 양념장 레시피가 많은데 전부 테스트를 거쳐서 대량화했다.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가끔 한 번만 고생해서 만들면 몇 번 꺼내쓸 수 있어서 장기적으로 덜 고생하면서 양념장 숙성도 진행되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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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이야기.
그냥 맛있는 음식 즐겁게 만들어먹으며 내 인생 살면 될 것을
집에다가 서버 만들고 전기세 쓰고 프로그래머인 남편이 이런 홈페이지까지 관리하게 한다.
요즘에 누가 홈페이지 이런거 하냐?
요즘 세상에는 아무도 안하는 개인 홈페이지를 굳이 유지하고 돈도 안되는 일을 맨날 반복한다.
솔직히 그렇다.
나는 이런 일이 생기고 주변인의 걱정이 과해지면 그 대답으로 나는 가진게 없어서 잃을 게 없다는 말을 자주 한다.
나는 백수이고 내가 지금 인터넷에 글 올리는 것이 내게 어떤 물질적인 이득이 되는 것이 거의 없고(구글광고가 있지만 거의 한달에 십만원 미만이고 서버컴퓨터 유지 도메인 전기세로 지출을 하고 나면 치킨정도 한 두 번 사 먹을 수 있다), 남편은 안정적인 직장 다니며 돈 벌어오고, 내 남편은 내가 마냥 잘자고 잘먹고 편하고 즐겁고 안아프기만을 을 바라는 사람이고, 애도 없고, 작은 집과 작은 차에, 갖고 싶은 것도 사고 싶은 것도 없고, 물욕도 없고 식욕도 별로 없고, 나는 돈도 벌지 않아도 되고, 그만두고 싶다면 카메라를 손에서 놓고 서버컴퓨터와 휴대폰을 끄면 끝이다.
그러면 여태 있었던 모든 일이 아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냥 조용해진다.
요리 홈페이지를 하는 것이 돈이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당장 놓아도 물질적으로 아쉬울 것도 없다.
다만 다정하고 배려심 깊은 사람들이. 내가 이런 밥해먹는 작은 정보를 나눈다는 이유로 나를 아껴주는 그 마음이 궁금하고 좋아서 내 인생을 이렇게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가끔 이런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나를 보면 가족들이 맨날 그런 거 뭐하려 하냐 관두라고도 하고, 또 다른 편에서는 유튜브 좀 하라고 한다.
그러면 나는 맨날 둘 다 싫어.. 그냥 이대로 살면 안돼? 한다.
열정이 부족해서 화를 내기도 힘들다.
레시피 관련으로 트러블이 생기면 상대는 언제나 열정적이고 나는 언제나 탈력 상태이다. 이길 수가 없다. 일이 일어나면 이미 진 상태이고 사실적시만 되어도 이 문제는 해결되었다고 만족해야한다.
애초에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고 스트레스 받는 내 마음이 잠잠해지고 조용해졌으면 좋겠고 많이 스트레스 받으면 그냥 나도 없어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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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저 대신에 화내주시는 분들께 늘 죄송하다.
사실 이번의 낙곱새건은 알아봐줬으면 하는 마음도 조금은 있었지만 피곤한 마음이 더 컸다. 하나씩 짚어 잘잘못을 따지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와 동시에 답답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냥 내가 넘어가면 되었을 일을 또 내가 답답하다는 이유로 트위터에 토로해서 긁어부스럼 만드는 것 같다.
죄송하고 싶지도 않고 답답하고 싶지도 않고
나는 맛난거 먹었다고 내 나름대로는 자랑하며 글 올리고
그런 나를 보고 어 저거 괜찮나 싶어 장보고 준비하고 만들고 먹는 수고로운 과정을 거친 분들이,
나를 참고해 만든 음식이 다행이 맛있고
그래서 같은 집밥 나눠 먹은 것처럼
맛있는 것 같이 먹고 이야기 나누는 것
정도는 내가 누려도 되지 않을까
이게 평상시 상태인데도
이상하게도 지금은 아득하게만 느껴진다.
내가 올린 글에 들어간 시간에 비해 반응이 없어도 괜찮고 (그래서 홈페이지같이 유물같은 걸 아직도 하는거지만) 그 와중에도 다정한 분들이 말씀 건네주시면 내 레시피로 맛나게 드셨다는 이야기에 가끔 기분 좋아하고 싶고 내 인생을 이렇게 사용하고 있는 만큼 나쁜일은 없었으면 하는데 그 정도도 내맘대로 안되나보다.
인터넷에서 수도 없는 것이 레시피인데 내 레시피가 뭐 대수라고 이렇게 장문으로 글쓰고 있나 싶기도 하다.
원래도 말이 많은데 지금은 두서도 없고. 이정도면 이렇게 두서없는 것도 그냥 내가 두서가 없어서 그런가 싶다.
스스로 좋아하는 무언가를 자신만의 특징을 살려서 만들어본 사람들이면 이윤정님의 마음이 얼마나 씁쓸하실지 다 아실겁니다ㅠㅠ 이렇게 차곡차곡 쌓아올려진 이윤정님의 온갖 요리 레시피들이 또 다른 즐거운 활동으로 이끌어주는 레시피가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ㅠㅠ